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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하린 Aug 23. 2023

A에게

To. A에게


요즘 세상이 많이 시끄럽지. 오롯이 공부에 집중해야 할 너에게는 마음이 많이 혼란스러울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네가 보기에 이 세상은 너무 완고해서, 그 틀속에 너를 끼워 넣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진 않니? 하지만 내가 느낀 세상은 너무도 불완전하고 변동이 잦아서, 오히려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곳이더라고.


사람들은 세상의 재난이 곧 부닥쳐 올 것처럼 얘기를 하지. 그 속에서 너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항상 혼돈과 멸망과 함께 살고 있었다는 걸. 재난은 매일, 매 순간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그러니 A야, 나는 네가 세상이 네게 보내는 신호에 둔감해지지 않길 바란다. 당장의 시험공부를 이유로 세상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무감각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말이지, 칼부림이 정말 무서운 게 아니라, 그런 사람을 만들어낸 이 사회가 정말 무서운 거라고, 직장을 잃거나 시험에 번번이 실패한 고시생이거나 어중간한 나이에도 미혼인 그들이- 사회의 패배자라고 만들어낸 우리의 인식이, 그들의 처지를 조롱하듯 기사에 수두룩이 달린 댓글들이 무서운 거라고 생각했어.


정치인이 제 몫을 다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정치인이어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정의로운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법조인이어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고, 영재들만 간다는 고등학교에서 시기 질투와 따돌림이 생겨난 이유는 똑똑해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우리 사회의 수능이 실패한 이유는 협업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니 나는 지금의 혼란한 사회에서 네가 무엇을 느끼든지 그 감각을 믿기를 바란다. 많이 슬퍼하고 증오하고 사랑하고 연민하고 애태우고 분노하면서 어른이 되길 바란다. 매일의 출석으로, 모의고사로, 시험으로, 교우관계로 평가당해 온 네가 누군가에 의해서 평가될 수도, 판단될 수도 없는 순간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세상을 감각하고 바꿔나가길 바란다. 꼭 그래주길 바란다.


—시험을 앞둔 A에게, H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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