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도 막내고, 어딜 가든 나이가 어린 사람 축에 속했던 내가 이제는 언니 소리를 더 많이 들으면서 아주 약간의 나이 듦을 체감한 거 같아서, 나이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리는 나이가 든다는 것을 겁먹거나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점점 내 전성기가 끝나간다는 느낌, 그리고 미를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하는 거 같다. 젊음 그 자체가 스펙이라는 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주 동의하지도 않는다.
우선 나는 절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지금보다 3년 전, 5년 전, 그 당시의 젊음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내게 주어지는 건 '20살' '18살 학생' 정도의 타이틀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내가 소심한 성격을 극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고, 고등학교 때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당시에는 닿을 수 없는 꿈과 이상과도 같았고, 그런 것들에 목이 마른 상태로 절박하게 하루를 살았다. 어쩌면 그 덕에 앞만 보고 정진할 수 있었던 건 맞지만 마음이 많이 병들어있었다. 또래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 하나 없어 초라한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었던 시기다.
지금은 단순히 환경과 사람의 변화를 넘어 나 스스로가 참 많이 성장했고 성숙해졌다.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 다른 사람의 것을 질투하기보다는 나를 자극하고 좋은 영향을 주는 동기로 활용하는 것, 내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스스로 벌어서 취할 수 있을 만큼의 자립성.. 또 어쩌면 부러워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쌓아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같은 것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세상이었더라면 하루하루가 기대감으로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나이 들기를 겁먹고 있는 것은, '나이가 들면 쇠퇴한다'와 같은 사회가 심은 잘못된 인식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는 지금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고 싶다. 나의 전성기는 지금 뿐 아니라 40대, 50대, 60대, 그렇게 다가오는 매 순간이고 싶다.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한 현재를 살기 위해서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소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 한 사람의 인식이 바뀌면 나로 살아가는 세상은 참 많이 바뀔 것이라는 마음으로 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