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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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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Jan 13. 2021

칠순 맞은 <라디오스타>, 케미 폭발 MC 토크

MC들의, MC들에 의한 라스 700회

   프로그램 폐지를 걱정하던, 과거의 청춘 <라디오스타>는 인간 나이로 치면 칠순이 됐다. 간간이 과거를 추억하기도 하며 여생을 즐기는 나이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유능한 MC들과 매력 있는 스타들을 배출한 만큼, <라디오스타>가 어버이의 마음으로 자식 농사(?)의 보람을 느끼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라디오스타>가 애써 키운 자식 같은 MC들이 한데 모인 이번 칠순 잔치는 어땠을까?            


켜켜이 쌓인 MC들의 케미를 관전하는 재미


   전·현직 MC들이 한자리에 모인 덕분에 시청자의 눈과 귀가 즐거웠다. 특별한 에피소드나 개인기가 없어도 한 시간 프로그램에 부족함이 없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웃음 포인트는 놓치지 않았다.  

   <라디오스타> MC들 간 케미는 서로 아웅다웅하는 데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김구라와 안영미는 축하 무대를 꾸밀 때조차 사이가 삐거덕거렸다. 안영미는 댄스 음악을 선호했지만, 김구라는 발라드를 부르자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엉성하게 끝나버린 축하 무대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는 이 두 MC의 신경전이 마치 ‘톰과 제리’를 연상케 했다. 또 김구라는 윤종신을 ‘의리 없는 남자’로 몰아갔다. 미국서 프로젝트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온 윤종신이 타사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먼저 출연한 이야기를 전하는 순간이었다.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다”며 새빨개진 얼굴로 당황해하는 윤종신의 모습이 재미를 더했다.  

   짓궂은 내용의 대화 속에서도 피어나는 웃음꽃. <라디오스타>의 매력 포인트와 정체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전·현직 MC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동료이자 가족으로 오랜 시간을 합을 맞춰온 그들의 케미는 과연 대단했다.         


MC들에게도 첫 순간이었을 <라디오스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배우 서현철과 개그맨 양세형이 700회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들은 <라디오스타>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알린 덕분에 지금껏 성장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무명인이었던 그들에게 <라디오스타>는 인생의 전환점이나 다름없었다. 

   “○○○에게 라스란?” MC들도 이 <라디오스타> 공식 질문에 답하면서 출연자들의 마음에 공감했다. 김국진은 “<라디오스타>는 오래전 방송 은퇴를 결심했던 때에 방송 인생의 2막을 열어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유세윤은 “불안한 시절이었기에 더 진지하게 웃음에 대해 고민했던 곳”으로 <라디오스타>를 기억했다. 커리어 상 불안정한 시기에 잡은 기회였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더 의미 있고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 후임 MC의 고충을 공유하는, 안영미와 규현은 <라디오스타>를 애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시청자에게 익숙한 前 MC의 색깔과 자신의 캐릭터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타기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호탕하게 웃으며 거친 입담을 자랑하던, 화면 속 천하무적 MC 군단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방송이 끝난 뒤, 재미를 위해 던진 멘트로 인해 누군가 상처 받지 않았는지 곱씹었다. 스튜디오 뒤에선 프로그램 속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남모를 고민을 이어갔다. 그런 발버둥이 있었기에 700회의 <라디오스타>가 존재할 수 있으라.      


   참신함과 감칠맛을 더해줄 MC들의 ‘마라 맛’ 입담. 이것이 <라디오스타>의 유일무이 정체성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오는 자극적인 웃음 코드 때문에 <라디오스타>는 시청자의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시청자의 의견을 수용하되, 기존의 재미는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라디오스타>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왔다. 공자가 “나이 일흔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라고 했던가. 대중적인 웃음 코드와 실험적인 웃음 코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경지에 오른 <라디오스타>와 MC 군단!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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