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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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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호 Aug 07. 2020

트로트계의 왕이 되려는 자,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라

트로트 예능戰 속 <최애 엔터테인먼트> 팀의 미션

   MBC가 최근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최애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이며 ‘트로트 코인’을 탔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 가족 단위 시청률을 노리는 K사 그리고 트로트 버스킹을 도입한 S사를 넘어, MBC는 트로트계의 BTS를 탄생시키겠다는 엄청난 포부를 천명하며 등장했다. 트로트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방송사별로 신규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 론칭을 앞다투어 홍보하고 있다. <미스·미스터 트롯> 이후, 트로트를 다루되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방송가에서는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위해 치열한 고민을 하는 듯 보인다. 그중에서도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가 <미스·미스터 트롯> 판박이 예능이 아닌 색다른 트로트 예능의 스타트를 가장 먼저 끊었다. 1회부터 4회까지의 방영분 중 관전 포인트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함께 살펴보자.        


단순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NO! 트로트 그룹 제작 버라이어티 YES!      

사진=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종편·지상파를 불문하고 여러 트로트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청자들이 트로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MBC마저 트로트 장르에 손을 댄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7월 25일 기준 토요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을 살펴보면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6.2% 기록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쟁쟁한 토요 예능 프로그램들 가운데서 6%대의 시청률 얻은 점은 꽤 놀랄 만하다. 

   <최애 엔터테인먼트>가 ‘트로트’라는 심히 낯익은 소재를 택했음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포맷의 차별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트로트 장르와 참자가의 음악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들이 선택했던 경연과 공연 포맷에서 벗어나, 트로트를 과감히 예능화(?)시켰다. 트로트를 소재로 삼은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고정 패널로 자주 등장하는, 정통 트로트계의 대선배들과 음악 평론가들은 <최애 엔터테인먼트>에선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베테랑 예능인 김신영·이특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긴장감 없이 편하게 깔깔거리며 볼 수 있는 정통 버라이어티로 거듭났다. 음악으로 귀 호강은 물론이요, 김신영의 상황극과 툭툭 던지는 이특의 재치 있는 입담까지! ‘소재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포맷을 색다르게 바꿔보자.’ 과연 예능 포맷의 연금술사 MBC다운 전략이 아닐 수 없다.      


어서 와춤추면서 구성진 가락 부르는 건 처음이지?      

사진=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사람의 첫인상은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던가. 기존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들에 출연한 사람들이 농후한 빨간색이라면, <최애 엔터테인먼트>의 다섯 멤버들은 하얀색 하늘색 연두색이라 할 수 있겠다. 기존 트로트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은 마치 사회생활도 해볼 만큼 해봐서 자유자재로 어머님 아버님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것 같은 맛(?)이 있다. 반면에 <최애 엔터테인먼트> 멤버들은 뭔가 어색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풋풋한 맛(?)이 느껴진다.  

   격렬하게 춤을 추면서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소화해내는 것. 이것이 <최애 엔터테인먼트>가 차세대 K-트로트 그룹 멤버들에게 요구하는 덕목이다. 그런데 이 속에 각 멤버마다 ‘처음 경험하는 분야’가 있다는 사실이 이들을 더욱 풋풋하게 또 재미있게 느껴지게 한다. 예를 들어 전·현직 아이돌 출신 멤버들은 정통 트로트의 구수한 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지 않고, 트로트만 불러봤던 박형석은 춤을 추는 것이 무척 어색하다. 그리고 연기를 전공한 탓에 주로 감정을 쏟아내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옥진욱은 가락의 강약 조절이 잘 안 된다. 지금까지 각자가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하며, K-트로트라는 가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변화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다. 더 깊고 진하게 영근 그들의 트로트는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해진다.      


장윤정의장윤정에 의한장윤정을 위한 트로트 그룹그럼 공개 오디션은 왜?       

사진=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장윤정이 제작하는 트로트 그룹. 그 엄청난 메리트만큼이나 트로트 가수를 지망하는 수많은 지원자가 <최애 엔터테인먼트>에 몰렸다고 한다. 트로트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도록 공개 모집을 진행했기 때문에 시청자로서도 어떤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지지난주 완성된 멤버 구성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선발 과정에서 ‘인연의 힘’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장윤정은 “트로트에 진정성이 있고 사람 됨됨이도 괜찮은데, 기회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친구들을 이끌어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시청자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지원자들이 발돋움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정식 오디션이 진행되기도 전에 순전히 장윤정의 픽(Pick)으로 다섯 명 중 두 명의 멤버가 선발되었다. 물론 이들의 노래 실력은 훌륭했고, 장윤정이 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봤기에 트로트 그룹에 적합한 사람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토록 강조했던 ‘진정성’과 ‘기회의 부족’이 왜 이 둘에게만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멤버들의 나이와 경력이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기획한 그룹을 통해 한국의 트로트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젊은 층과 세계 K-Pop 팬들을 겨냥하기 위해서 그룹 자체의 분위기를 아이돌스럽게 만드는 전략은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현장 오디션에서 좋은 노래 실력과 매력을 보여주어 <최애 엔터테인먼트> 판정단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삼사십 대 일반인 지원자들이 많았던 터라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멤버들이 모두 ‘20대의 아이돌 출신’ 지원자들이라는 결과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애초에 <최애 엔터테인먼트>가 젊은 트로트 아이돌 그룹 제작을 구상했다면, 실제 아이돌 기획사들처럼 공개 모집 시 나이를 구체화하고 추구하는 그룹 이미지를 밝히는 게 필요했다고 본다. 

   <최애 엔터테인먼트>는 그룹에 어울릴 만한 인재를 주관적으로 뽑겠다고 했기 때문에 누구를 뽑느냐는 사실 선택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이긴 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겐 절실한 기회였을 수 있다고 본다면,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이 지원자들에게는 다소 불친절했다고 생각한다.        


   <최애 엔터테인먼트> 1호 그룹은 정말 특별하다. 트로트계의 전설적인 존재 장윤정이 프로듀서로서 만든 첫 트로트 그룹인 데다 지상파 MBC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K-트로트의 주역이 될 그룹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의미 있는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도 해당 그룹은 특별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애 엔터테인먼트>의 그룹에 시청자의 손길은 전혀 닿지 않았다. 시청자 참여가 바탕이 되는 다른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제작진의 안목과 장윤정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그룹인 만큼 이 그룹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오롯이 <최애 엔터테인먼트> 제작진과 장윤정의 몫이다. 책임감을 느끼며 임해야 하는 것은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예능 프로그램의 대가 MBC의 제작 노하우가 담긴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부족한 부분도 성장 가능성으로 바라봐줄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트로트 마스터 장윤정의 무한한 애정도 한 몸에 받고 있다. 만약 멤버들이 이런 훌륭한 조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멤버들에 대한 평가는 훨씬 더 마이너스가 될지 모른다. MBC와 장윤정 그리고 선발된 멤버들, 서로가 서로에게 트로트 왕좌 쟁탈전에 대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각자의 역할이 가진 무게감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견뎌내고 시청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것. 바로 이것이 앞으로 이들이 해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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