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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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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Aug 07. 2020

공감이 필요할 땐, 전효성 DJ의 '꿈꾸는 라디오'

횻디로 새로워진 '꿈꾸는 라디오' 매력 전격 분석

카메라 없는 라디오의 매력


10시가 되기 5분 전, mp3의 주파수를 바꾼다. 정각이 되고, 오프닝을 알리는 노래가 흐른다. 그 시절, 나에게 라디오는 조금의 ‘일탈’이었다. 유튜브와 각종 OTT 서비스가 없었던 때, TV를 못 보게 하는 때, 엄마 몰래 좋아하는 DJ의 목소리를 듣고, 흘러나오는 사연과 음악을 듣는 일은 매력적이었다. 남몰래 문자로 사연을 보낸 일도 부지기수였다.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서브작가가 유명한 연예인을 DJ로 섭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라디오의 세계를 잘 보여준다. 드라마 중 서브작가이자 메인 작가가 되는 ‘최그림’은 라디오를 하찮게 여기는 유명한 연예인에게 말한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 같고, 또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신청곡으로 나올 때, 위로와 힘이 되는 곳이 라디오라고 말이다.


시각적인 효과, 비주얼적 요소의 발전으로 콘텐츠는 리얼리티를 중시하게 됐다. 다른 콘텐츠보다 더 좋은 화질로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경쟁력이 됐다. 이런 시대에 상대적으로 소리로 가득 찬 라디오는 사양 산업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라디오는 카메라가 없어서 매력적이다.

사람들의 이야기, 음악 오직 청각에 의지해 감각하면서 DJ와 누구보다 가까이 소통한다. 꼭 눈으로 보지 않아도 DJ의 목소리를 들으며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쌍방향적으로 소통한다. 흘러나오는 모든 사연과 노래는 일상에서 나온다. 나와 우리의 일상을 들으며 소소한 하루를 함께 시작할 수도, 함께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이 라디오다.


‘꿈꾸는 라디오’의 첫 여성 DJ 발탁


“여기는 꿈꾸는 라디오고요. 저는 전효성입니다."


지난 5월 11일 ‘꿈꾸는 라디오’에서 새 DJ 전효성이 청취자와 만났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하루의 2시간을 책임지게 됐다. 전에 진행했던 박경 DJ가 하차한 후 스페셜 DJ를 맡은 전효성은 시청자들의 사연에 세련되게 공감하는 매력이 있었다. 그 계기로 2008년부터 12년간 남성 DJ 체제였던 ‘꿈꾸는 라디오’에서 전효성이 첫 여성 DJ로 발탁됐다.


전효성 DJ만의 매력, 공감

라디오는 제작진만의 공간이 아니다. 아무리 12년 된 장기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DJ가 바뀌면 프로그램의 색이 달라진다. 제작진의 기획, 청취자의 반응, DJ의 색깔이 시너지를 내면서 콘셉트가 잡힌다. 해당 프로그램의 색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너를 보는 것이다. 매일 진행되는 데일리 코너를 보면 DJ의 매력이 무엇인지, DJ가 어떤 라디오를 진행할지에 대한 흐름이 보인다.

MBC, ‘전효성의 꿈꾸는 라디오’ 홈페이지

전효성 DJ의 매력은 ‘공감’이다. 데일리 코너인 ‘편애가 체질’, ‘오늘, 당신의 BGM’, ‘음악이 있는 ‘지도’’의 코너를 통해 DJ는 청취자의 일상에 ‘공감’하고, 청취자의 추억에 ‘공감’한다. ‘꿈꾸는 라디오’를 듣다 보면 어느덧 일상의 힘든 일, 그리운 일, 행복한 일을 전효성 DJ에게 털어놓게 만든다.


데일리 코너 1: 가족 같은 편애, 편애가 체질


하루에 있었던 힘든 일을 보내면, 잘잘못을 떠나 무조건적인 내 편을 들어주는 코너다. DJ가 내 편에 서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주고, 내 감정에 공감을 해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위로가 된다. 전효성 DJ 특유의 “왜 그러는 거죠?”, “저도 서운해요.”, “그러면 안되죠!”와 같은 공감 어린 반응은 청취자로 하여금 사연을 보내고 싶고, 편애를 받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사연도 다양하다. 문자를 단답으로 보내는 남자친구에 대한 서운함,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선배에 대한 스트레스, 이중 주차로 인한 문제 등이다. 내 사연이 방송에 나오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화나는 사연들과 효성 DJ의 작정하고 편들어주는 멘트는 ‘옆집 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데일리 코너 2: 일상의 공유, 오늘, 당신의 BGM


출퇴근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일이나 공부를 하는 도중 우리는 노래를 듣는다. 노래는 일상이다. 코너는 일상 속에서 들었던 당신의 BGM을 공유한다. 요즘 어떤 노래를 어떤 상황에서 듣는지 말하다 보면, 그 사람의 취향과 일상이 보인다. 누구는 캠핑카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듣는 노래를, 누구는 음악 앨범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추억의 노래를, 누구는 딸의 생일을 기념하는 노래를 공유한다. 무엇보다 이 코너의 별미는 ‘효성 DJ의 BGM’이다. 서울의 밤하늘을 보면서 밤을 제대로 느끼기 좋은 노래를 소개하며 청취자들과 이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DJ의 목소리를 들으면(2020년 7월 20일 자 방송분), 청취자들도 모르게 그 노래를 들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노래를 통해 일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코너다.


데일리 코너 3: 추억 지도에 음악을 찍는, 음악이 있는 ‘지도’


“시간은 흘러 앞으로 나아가고요, 음악은 흘러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기억 속 그곳에서 선명하게 반짝이는 좌표 같은 노래. 여전히 그곳은 그 자리에, 음악이 있는 지도.” 


오프닝 멘트에서 볼 수 있듯, 추억이 깃들어져 있는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다. 1개의 사연을 소개하는 만큼 음악과 여기에 담겨 있는 추억을 눈에 그리듯 설명해 준다. 청취자들 역시 누군가의 추억을 들으며 “3년 전 일기장을 듣는 것 같아요.”, “옛날 감성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라는 평을 남긴다.


전효성 DJ와 함께, 굿나잇


전효성 DJ는 라디오가 터닝포인트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DJ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고, 그녀 스스로도 매일 2시간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DJ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옆집 언니 같은 DJ가 되고 싶어요. 편하면서 고민 상담도 하고 싶고, 공감도 잘해주고 싶어요.”


라디오를 하는 2시간 내내 효성 DJ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마치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실감 나게 듣고,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때로는 웃고, 같이 화내고, 서운해하고, 즐거워했다. 효성 DJ만의 ‘공감’이었다. 어느덧 마지막 광고가 끝이 나고, 마지막 멘트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행복할 거예요. 굿나잇.” 전효성 DJ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를 편안함을 느끼며, 저녁 10시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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