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3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브리 Aug 07. 2020

십시일반 그 남자, 누가 죽였을까

MBC 미니시리즈 <십시일반> 관전 포인트

사람이 죽었다.

죽은 이는 대저택의 주인이자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모두 손에 쥔 화가다.


사실, 그는 1년 전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곧 다가올 화백의 마지막 순간을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죽음이 병으로 인한 것이 아니란다. 시신의 팔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 자국이 남아 있다.


십시일반 그 남자, 대체 누가 죽인 걸까.


범상치 않은 신작이 나타났다


MBC 신작 드라마 <십시일반>은 많은 재산을 소유한 유명 화백이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간결한 호흡의 블랙코미디 추리극이다.


<십시일반>은 8부작 미니시리즈로, 현재 전체 분량의 반절 정도가 방영된 상태다. 도입부를 지나 극의 전개가 이제 막 절정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작품을 한창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는 분들과 볼 만한 드라마를 찾고 있는 예비 시청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관전 포인트 #1 : 그 남자누가 죽였을까?


어느 추리물에서든, 모두가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바는 언제나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다. 

드라마 <십시일반>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등장인물 중 화백을 죽인 사람이 과연 누구냐에 있다.


화백이 살해당한 그 날, 집에는 그의 58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과 오랜 친구, 항상 곁을 지켜온 가정부뿐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모두가 조금씩 수상한 구석이 있다. 그 중 누가 범인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래서 너무나도 이상한 상황이다.


사실, 각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이 이미 공개되었기 때문에 극 중 범인으로 예상되는 용의자의 범위도 어느 정도는 좁혀진 상황이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새로운 정보와 비밀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어, 아직 특정 인물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마지막에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각자가 범인이라고 추정하는 인물이 조금씩 다를 테니,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함께 진실을 파헤쳐나가기를 추천한다.


제목에 답이 있다


드라마 <십시일반>. 어쩌면 그 제목에서 사건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십시일반’이란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다. 역설적으로는 화백의 죽음이 어느 한 사람이 홀로 저지른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각자의 일그러진 탐욕이 모여 한 사람을 예기치 못한 죽음에 이르게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끔찍한 살인사건은 현장에 있던 모두의 철저한 계획과 노력의 산물일 수도 있다. 화백의 생을 함께해온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실은 모두 그가 죽기만을 원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충격적인 반전이지 않을까.


이 빌어먹을 집에서 다함께, <십시일반> (이미지 출처: MBC)

관전 포인트 #2 : 여기가 바로 연기 맛집


<십시일반>은 분명 스크린을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인데도 시청자로 하여금 객석에 앉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연극 무대를 연상시키는 저택 내부의 한정된 공간 배경, 다소 과장된 캐릭터 묘사와 현실에서는 잘 쓰이지 않을 법한 의미심장한 대사들 때문이다.


이러한 연극적인 색채가 자칫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십시일반>은 우려가 무색하게 단점은 쏙 빼고 독특함과 신선함이라는 강점만을 취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십시일반>은 방영 이전부터 연극 무대에서 내공을 쌓아온 명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남문철, 김정영, 오나라 등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해 온 배우들이 각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해낸다. 극 중 인물들이 주고받는 찰나의 시선, 감칠 맛 나는 대사 한 마디까지도 놓치지 말고 알차게 만끽하기를 권한다.


연기 맛집 <십시일반>에는 감칠 맛 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들이 있다 (이미지 출처: MBC)



관전 포인트 #3 : <십시일반제작진은 다 계획이 있다


<십시일반>은 개연성을 갖춘 촘촘한 전개와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매 회 시작부터 끝까지, 찬찬히 살펴보면 허투루 쓰인 장면이 하나도 없다. 간간히 삽입된 회상 장면,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 아주 작은 소품 하나에도 나름의 상징과 이유가 담겨 있다. 제작진이 얼마나 공들여 준비해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탐욕이 인간의 본능으로서 인정될 수 있는 지점은 어디까지이며, 넘어서는 안 될 지점은 어디인가? 하는 물음에서 이 드라마는 시작한다.”


<십시일반> 제작진은 이번 작품의 기획 의도로 과연 우리가 용납할 수 있는 탐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그 지점을 찾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명의 인간군상이 탐욕으로 인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며 빚어지는 결과와 거기서 오는 또 다른 탐욕의 순간들을 쫓아가며, 현대에 들어 그 정의가 조금씩 변하고 있는 ‘탐욕’이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자 함이다. 그러니 등장인물들의 삶의 양태를 현실 세계에 투영해보고, 각자의 도덕적 잣대가 허락하는 악행의 끝은 어디쯤인지 스스로 확인해보는 것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극 중 인물들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탐욕의 줄타기를 함께 즐겨보기를 바란다.


아슬아슬한 탐욕의 줄타기, <십시일반> (이미치 출처: MBC)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이 필요할 땐, 전효성 DJ의 '꿈꾸는 라디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