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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 Dec 16. 2020

파트너

생사를 함께하는 2인 1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주고, 호흡이 척척 맞으며, 목숨까지 구해주는 파트너들이 나옵니다. 한 명이 위험에 빠졌을 때 다른 한 명이 구해주는 2인 1조의 파트너 형태는 목숨과 직결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나 경찰을 다룬 매체에서 등장하죠. 이러한 파트너들은 전우애로 똘똘 뭉쳐서 평생의 동지로 남거나, 극한의 상황을 함께 이겨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 3'에서 새틀러 박사는 그랜트 박사의 이상한 전화를 받고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구조대를 보냅니다.

   매체에서 보이는 연구실은 최첨단 장비로 가득 찬 세련되고, 쾌적하며, 안전한 공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연구실은 그 어느 곳보다도 위험한 곳입니다. 마시면 죽을 수 있는 독극물, 피부에 닿았다가는 살이 녹아버릴 수 있는 산성 용액,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 가득하고, 동상을 입을 수 있는 액체 질소, 실험에 사용되는 바이러스, 뾰족한 주삿바늘, 유리로 된 플라스크와 비커, 터질 위험이 있는 고압멸균기와 이산화탄소 탱크도 있습니다. 이렇게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연구실이 저에게는 영화 속 파트너들이 2인 1조로 임무를 수행하는 작전지보다 더 극한의 장소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실험실 안전수칙은 밤늦게 혼자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 응급대처를 해 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대게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2인 1조의 파트너는 연구실에 존재하지 않죠. 물론 사수나 연구 프로젝트로 묶여있는 팀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늘 그들과 함께 실험을 같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밤늦게 혹은 주말에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고 동료에게 같이 있어 줄 수 있냐고 부탁하기도 미안합니다. 사실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보통의 경우에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도 하고, 매일 위험한 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의 환상의 2인 1조 고지석 반장과 유령 순경.

   그렇지만 문득 내 파트너 건들지 말라고 격투기 선수와 싸워주고, 뒤처리 해주고, 심지어 징계까지 대신 받아주는 드라마 속 파트너가 연구실에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저에게 그런 파트너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전우와도 같은 제 동기들과 연구실 동료들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연구실에 작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제 전화를 받자마자 헐레벌떡 뛰어 와 준 동료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비록 영화에 나오는 멋진 2인 1조의 파트너는 없지만, 참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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