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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Oct 24. 2021

짐을 덜고서 배낭을 매기로 했다

리츄얼의 시작점이 될 기록

21살,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다. 바로 인생 첫 홀로서기 남미 배낭여행.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사촌언니, 오빠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이었지만, 부모님 없이 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무려 한국과의 거리가 31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말이다. 여행을 총괄적으로 계획했던 언니가 잡은 여행의 콘셉트는 배낭여행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 달짜리 배낭의 무게는 모른 채 짐을 쌌다. 그리고 그 결과로, 완벽한 J형 인간이었던 엄마는 내 배낭을 군용 백팩보다 더 무거운 배낭으로 만들었다. 엄마 덕분에 무엇인가 모자라거나 부족한 일은 없었지만, 필요한 때에 필요한 것을 꺼낼 여유가 없었다. 찾으려면 한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깨달았다.


여행에는 짐을 덜고 가야 하는 것을 말이다.


요즘처럼 많은 일을 하는 느낌이지만, 그만큼 집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길을 가면서도 음악이 끊기지 않게 노래 찾는 데 바쁘고, 쉴 때도 봐야 하는 프로그램을 동시에 틀어놓기 일수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카페에 들어가 지원한 회사의 합격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한다. 김창옥 소통강사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 인지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저 한 순간에만 집중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생각의 공백이라고 여겨지는 명상의 영어 표현이 'mindfulness'인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생각의 짐을 덜어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짐을 덜어내는 방법 중의 하나. 그동안 귀찮다고 방치했지만, 그동안 머릿속을 잠식했던 여러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다. 이제 다시 숙소에 들어가 짐을 정리할 시간.


+) 최근에 온전히 한곳에 집중했던 때는 벌레 잡기였다. 온 신경이 곤두서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했던 때가 벌레 잡기라니... 그만큼의 집중도는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그만큼 매 순간에 온전해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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