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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 Dec 22. 2021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

페퍼톤스, 긴 여행의 끝

여행이란 건 늘 무섭다. 끝난 뒤가 더 그립고, 또 가고 싶게 되는 중독의 맛이 있다. 2년 전, 여행을 돌아다녔다. 마지막 한국으로 들어가기 전, 친구들과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올라탔다. 모스크바에서 2박 3일 간 기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내려 바이칼 호수에 내리는 여정이었다. 기차를 타기 전 걱정이 앞섰던 것이 무색하게 기차 안의 생활에 금방 적응해 갔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가져온 감자 즉석식품과 빵을 든든히 챙겨 먹었다. 창 밖을 바라보며, 열차 컵에 믹스 커피를 타며 풍경에 취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순박한 러시아 사람들도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옆 칸 아저씨와 내 윗 침대였던 데이비드, 늘 과자가 많았던 우리 칸에 놀러 온 아이키도 기억에 남는다. '시베리아 선발대'를 보며 그때 그 여행이 떠올랐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고, 밥 먹고 나서는 바로 눕는데 익숙해져야 하는 횡단 열차의 무료의 시간이 그리워졌다. 이제 여행을 다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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