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춥지는 않지만, 적당히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친다. 걸어오는 한 편에는 퇴근하는 행복해 보이는 직장인들의 설레는 발걸음이 보이고, 한 편에는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달이 휘영청 떠 있다. 오전 동안의 떨림이, 오후 동안의 편안함이, 별일 없는 별일 있는 오늘날에 모두 있었다. 몇 번의 떨림과 편안함,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가다 보면, 조금씩 이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될까. 그때도 여전할 것 같지만, 벚꽃의 설렘, 여름 바다의 시원함, 단풍의 쓸쓸함, 겨울눈의 따뜻함을 모두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