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 쭈리 이야기
쭈리는 엄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문을 벌컥 열었다. 엄마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쭈리가 닭 모가지를 물어 닭 한 마리를 해치운 모양이다. 벌써 두 번째다. 녀석은 엉덩이를 땅에 착 붙이고 엄마의 눈치를 보다가 나에게 구원요청의 눈빛을 보냈다.
“엄마! 쭈리가 닭 잡은 거야? 담엔 토끼도 잡을 수 있겠다.”
“시끄러! 문 닫아.”
엄마의 서슬에 문을 닫았다. 불쌍한 쭈리. 처음 쭈리가 닭을 잡았을 때는 엄마도 신기하게 여겼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중한 재산을 둘이나 잃어 부아가 치미는 모양이었다. 하긴 엄마가 병아리 다섯 마리를 데리고 와 아침저녁으로 옥수수를 잘게 갈아 먹이며 얼마나 정성스레 키운 닭들인데. 그 닭들이 잘 자라서 달걀도 제공해 주고 있던 참이었다. 이제 달걀은 두 마리의 암탉만 낳을 수 있다. 우리 몫의 달걀후라이가 사라졌다.
엄마는 달걀이 있을 때 우선 아빠 몫을 챙기고 다음엔 사남매 가운데 유일한 아들인 남동생에게 달걀후라이를 만들어 주셨다. 우리는 콩기름에 번들거리는 달걀후라이를 앞으로는 쳐다만 봐야 한다.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난 쭈리가 기특했다.
쭈리는 하얀 백구를 닮은 똥개로 두 귀가 쫑긋 서 있고 꼬리는 반달처럼 말려 있다. 머루 두 알이 박힌 것 같은 까맣고 동그란 두 눈은 언제나 우리를 쫓는다. 쭈리는 동네 개들 가운데 가장 빠르고 힘이 세다. 가끔 건너편에 사는 준섭이네 바둑이와 윗집 성남이네 황구와 싸울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우리 쭈리가 케이오를 시켰다. 준섭이 녀석은 씩씩거리며 자기네 황구에게 꿀밤을 매겼다.
개는 주인을 닮는다는 말은 확실히 맞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우리 반 남자애들과 싸워도 밀리는 법이 없고 한 학년 위인 6학년 언니와 싸워도 내가 이겼다. 한마디로 백전백승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고 내 동생 쭈리도 마찬가지다. 가끔 윗집 성남이네 어머니는 나를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차셨다.
“쯧쯧, 누가 널 데리고 갈꼬.”
상관없다. 일단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
저녁 햇살이 방바닥으로 낮게 깔렸다. 엄마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쭈리는 냉큼 나에게 다가와 내 키만큼 뛰어올랐다. 나는 쭈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살아남은 닭들이 어디 있나 찾았다. 닭 세 마리는 쭈리를 피해 집 뒤 자두나무에 올라가 앉아 있었다. 내 키보다 네 배쯤 되는 높이여서 깜짝 놀랐다.
‘누가 닭들이 날지 못한대’
나는 중얼거리며 쭈리와 마당 밖을 나와 바로 아래 공터까지 달렸다. 공터 구석에 자리한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커다란 호두나무를 올려 보았다. 나뭇잎 사이로 저 멀리 저녁 반달이 삐죽이 들어왔다. 쭈리는 이리저리 코를 들이밀고 냄새를 맡고 있다.
하얀 연기가 우리 집 굴뚝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좀 안되긴 했지만 쭈리가 사냥한 닭은 오늘 저녁 밥상에 올라올 테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고기인지. 우리는 생일 때나 명절 때 외에는 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다. 아마 엄마는 먹성 좋은 네 명의 자식들에게 조금이라고 풍성하게 먹이려고 닭개장을 끓이고 계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