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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Apr 21. 2023

나의 시부모님

나의 시아버님은 청각장애와 수전증으로 평생 요양생활을 하시다 돌아가신 분이다. 내 자식처럼 늘  마음을 아프게 하셨던 분이다. 아버님은 말씀 대신, 대화를 할 때는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글씨를 쓰셨다.


"아버님, 제 이름이 뭐예요?"


천천히 말하는 나의 입술을 읽으시고, 아버님은 활짝 웃으시며 또박또박  이름을 쓰시곤 하셨다. 는 글자를 익히는 유치원 아이를 칭찬하듯이 마구마구 박수를 쳐드렸다. 아버님이 말씀하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느 날 내 꿈속에 나타나셨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많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활짝 핀 얼굴 모습이셔서 마음이 놓였다.


한 많은 어머님의 삶도, 장애인으로 가엽게 살다가신 아버님의 한도 다 풀어지셨다고 나는 믿고 싶다. 남편으로서 어머님이 사랑했던 분은 아니었지만, 거의 평생을 떨어져 사신 부부였지만, 돌아가시기 전에 어머님은 우리 부부에게 미리 말씀을 하셨다.


"나 죽으면 화장해서 너희들 가까이에 모셔라, 그리고 아버지도 시골에서 모시고 와."


너무나 길었던, 상처 깊었던 부부가 지금은 한 곳에서 함께 계신다.


20여 년 전, 혼자 계신 시아버님까지 모시려고 대출까지 받아 방 네 개가 있는(각 방 쓰셔야 하는 시부모님) 큰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아파트 입주 3개월 전에 아버님은 급히 돌아가셨다. 아버님 생각에 한 달을 엉엉 울고 있던 막내며느리를 위해, 꿈에 나타나 환하게 웃으셨던 착한 우리 아버님! 그날 이후로  눈물을 그칠 수 있었다.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새로운 부모님을 만났다. 평범했던 친정 부모님과는 다르게 두 분은 상처가 깊은 삶을 살아오셨다. 좋은 며느리가 되어 보겠다고 애쓰다 꽤나 힘들었지만, 파릇했던 를 잘 익은 김치가 되라고 담금질해 주신 분들이다.


남편과 부부 싸움을 하다가 화가 솟구쳐서, '당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이 이리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막말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니다. 남편과 결혼해서 얻은 세 아이와 시부모님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 ​​



♡제가 담근 백김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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