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가 백혈병이란다

by 채수아

우리 반 아이가 백혈병이라고 했다. 난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5학년 짜리 아이에게 죽음이 올 거라니!


난 기도를 했다. 매일 새벽 미사를 다니며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난 그 당시 학교 대표로 연구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루가 참 힘들고 피곤했지만, 난 새벽 미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수업 3일 전에 나는 쓰러지고 말았다.


혈압 수치가 40!


40 아래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3주 동안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을 하려는데, 원장님이 나를 보자고 했다


"왜요?"


서울로 올라가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소견서를 들고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가 보란다


오, 하느님!


각오를 하고 올라가라는 말에 나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전화를 걸었다.


"수녀님, 저 요셉피나예요. 제가 죽을지도 모른대요."


"요셉피나, 우리 이렇게 기도합시다! 다 맡길 테니, 알아서 해 주세요, 이렇게요"


난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 울었다. 그리고 어둠이 걷힐 때쯤, 나는 무서울 것이 없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다 맡겼다.


"알아서 해 주세요. 그 대신 우리 가족을 잘 돌봐주셔야 해요"


난 전쟁에 나가는 투사처럼 그렇게 씩씩한 얼굴을 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여의도 성모병원 13층 무균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마스크를 하고 머리에 흰 것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내 가슴인가, 머리인가, 어디에선가 '쿵'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 침대에 왼쪽에 있던 여고생 주희는 일주일 후에 저세상으로 떠났다. 오른쪽에 있던 예순이 아줌마는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내 앞 침대에 있던 중학교 영어선생님도 6개월 후에 떠났다. 나는 백혈병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아이 하나를 더 낳아 삼 남매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항상 좋은 사람이 아니다. 화를 내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멀리 바라보지 못하고 작은 일 하나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 변한 나를 종종 발견한다


순간을 살고자 하는 것,

작은 일에 감사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참 귀한 존재라는 것,

살아있음이 가슴 벅찬 일이라는 것!


그래서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가 잠을 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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