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이

by 채수아

첫 발령지에서 미경이를 만났다. 눈동자가 새까맣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였다. 공부는 꽤 잘했지만, 미경이는 발표하는 걸 아주 싫어했다. 어쩜 그렇게 나를 닮았을까.


결혼식까지 왔다가 연락이 끊어졌던 미경이가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교대를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았다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날로 바로 꽃바구니를 학교로 배달시켰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다.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는데, 키가 크고 잘 생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건, 농사짓는 미경이 부모님을 도와드리기 위해 주말에 시골에 내려가곤 한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또 많이 흘렀고, 다시 만남을 갖게 되었다. 나의 첫 제자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핵심 역할을 한 아이도 미경이었다. 만나는 그날은 차까지 몰고 나를 태우러 왔다. 남편에게 "우리 채 선생, 호강하네"라는 말까지 들었다.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본 미경이는 얼굴이 훨씬 밝아졌고, 말도 많아졌다.


제자들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노래방에 갔는데, 김윤아의 노래와 춤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미경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예쁜 원피스에 예쁜 구두를 신고 얼마나 춤을 열심히 추었는지 나중에는 허리와 다리에서 그만 쉬라는 신호가 왔다. 미경이에게만 귓속말로 그 말을 했더니, 흥겨운 노래에 벌떡벌떡 일어서는 나를 미경이가 꼭 붙들어 놓았다. 오는 길에 나를 태워다 주는 미경이를 보니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였으니까.


내 삶의 축복인 아이들이 곳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잘 성장해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게, 내겐 크나큰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