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이 엄마와 나의 시어머니

by 채수아


동석이 엄마는 꽤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나오는, 배우 이병헌의 극 중 어머니다. 드라마 시작도 하기 전에, 최고의 드라마 작가인 노희경 작가의 작품에 등장한 스타 배우들의 숫자에 놀랐었는데, 역시나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매주 열심히 그 드라마에 빠져 살았다.


연기 천재 김혜자 선생님과 배우 이병헌 (동석)을 보고 있으면, 깊은 슬픔이 느껴져 가슴이 아리곤 했다. 아들은 엄마를 볼 때마다 불화산처럼 화를 폭발하고, 엄마는 백치 인간 마냥 그냥 그 모든 것을 받아내고 있었다. 엄마의 그 슬픔과 죄책감이 아마도 피를 토하는 병에 걸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동석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울부짖었다. 남편과 딸을 바다에서 잃고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어린 시절의 엄마!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랑하는 선아(배우 신민아)에게 했던 말, "뒤를 좀 봐봐! 뒤에 있는 세상을 봐! 앞만 보지 말고." 란 그 말을 엄마에게 수천 번이나 마음으로 외쳤겠지만, 엄마는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을 늦게나마 알았을까.


나의 시어머님은 강인하셨다. 나는 우리 어머님처럼 강하신 분을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 그 강함이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서는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그런 분이셨기에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셨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못하는 장애 있는 남편을 보살펴야 했고, 제법 똑똑했던 삼 남매를 먹이고 공부시켜야 했던 우리 어머님! 열여덟에 한 남자의 아내가 된 후,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그 두려움과 막막함은 얼마나 크셨을까?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네 사람을 지키기 위해 우리 어머니는 못할 일이 없으셨다. 노점상도 하셨고, 떡볶이와 튀김도 파셨고, 증권회사 청소 일도 하셨다. 그런 어머님 덕분에 가족은 해체되지 않았고, 삼 남매는 나름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석 엄마는 우리 시어머님과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넋이 나간 사람이, 물이 무서워진 해녀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마음의 병이 깊어 돈을 벌 에너지가 없는 상태랄까? 동식이를 키워주겠다는 남편 친구의 제안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그 집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아마도 아들을 먹이고, 입히고, 고등학교까지라도 가르치기 위한 그녀의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죽은 남편의 친구의 첩으로 들어가 그의 병든 아내의 병수발을 하고, 그 집 자식들에게 밥을 먹이고. 빨래를 해주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첩의 자리는 참으로 부끄러웠지만 하나뿐인 자식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직업'이었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또한 그의 자식들에게 '첩년'이라는 무시와 비난의 눈초리를 따갑게 맞으며 점점 바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친구인 고두심 배우가 "얘는 머리가 나빠!"라고 하면, 배시시 웃으며 "맞아. 난 머리가 나빠"라고 말하는 동석 엄마는 자꾸만 나를 울컥하게 했다.


동석이는 엄마로 인한 수치심을 어찌할 수 없어, 그 집 아들들이 때리면 맞고 또 맞으며 그 상처를 엄마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처절하게 엄마에게 복수를 했다. 그리고 엄마를 떠났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와 '트럭 만물상'을 하면서 어쩌다 엄마를 마주치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발악을 하곤 했다.


동석 엄마를 보면,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아이유가 떠오른다. 아이유는 울지 않고 담담히 말하고 있는데, 보고 있는 내가 울었던 것과 비슷하다.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삼 남매의 엄마로 살고 있어 그걸 알기에, 자식을 잘 키워내기 위해 애쓰는 세상의 모든 엄마를 난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엄마를 '신이 바빠서 각 가정에 보낸 작은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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