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루 아워> 리뷰
나와는 정반대인 사람을 동경했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나와 다른 활기차고 언제나 주변에 사람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차분하고 성숙한,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사람을 부럽게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옳고 그름은 없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을 통해 한 박자 쉬어갈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블루 아워>는 완벽하게 지친 CF 감독 스나다(카오)가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으로 자유로운 친구 기요우라(심은경)와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심은경이 일본 진출 후 처음으로 찍은 작품으로 알려져있다.
스나다의 일상은 무료하다. 남편이 있고 이미 CF 감독으로 성공도 했지만, 즐겁지는 않다. 남몰래 즐기는 직장 동료와의 밀회도 더 이상의 자극은 없다. 평범하지만 신나지 않게 흘러하는 하루하루가 따분하기만 하다.
하지만 따분한 편이 나을 뻔했다. 엄마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몰랐다. 차라리 그 따분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더 나을 줄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고향에서 걸려온 전화에 스나다는 다시 침울해졌다. 우울한 일상 속 언제나 활기찬 친구 기요우라와 수다를 떨며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데, 하필 그때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올 거는 뭐람. 그런데 웬걸? 기요우라는 스나다의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기요우라는 스나다가 웃는 것을 보고 싶었다.
일상에 지쳐 웃음과 여유라곤 찾을 수 없는 스나다와 밝고 꾸임 없는 성격을 가진 기요우라는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다. 스나다는 역시 알지 못했다. 그토록 가기 싫었던 고향이지만, 이것이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
스나다는 현실의 청춘을 상징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른이 된 청춘, 하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지쳐만 가는 현시대 청춘의 모습이다. 일상에 물들어 언제부턴가 자신의 꿈도 희망도 모두 잊고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아직 다 크지 못한 꿈이 남아있다.
기요우라는 스나다의 꿈과도 같은 존재다. 밝고 활기찬 기요우라의 모습에서 어렴풋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런 기요우라는 보며 묘한 대리만족과 동시에 자격지심을 느낀다.
스나다는 기요우라와 여행을 떠나 자신의 집에 머무르며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 할머니까지 고단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한 뼘 성장한다. 외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문제를 직면함으로써 또 다른 해방을 맛보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블루 아워>는 프랑스어 표현인 [l'heure bleue]에서 유래됐다. 해뜰녘과 해질녘의 박명이 지나는 시간대를 의미하는데, 이 시간대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이 시간대의 하늘이 완전히 어둡지도, 밝지도 않으면서 푸르스름한 빛을 띠어 매우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스나다가 기요우라와의 여행에서 느낀 것은 바로 '블루 아워'인지도 모른다. 자신과 가장 다르지만 어쩌면 자신의 가장 되고 싶었던, 아니면 과거의 모습일지도 모를 기요우라와의 여행은 '블루 아워' 같은 힐링의 시간이요, 기적의 순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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