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굴> 리뷰: 그래도 배우들은 고생했다
영화 <도굴>은 딱 예상한 대로다. 예상한 재미와 예상한 캐릭터로 중무장한 오락영화다.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너무나도 식상하다. 그럼에도 또 웃음은 터진다. 재미있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재미가 없다고 단정 짓기엔 가혹하다.
영화 <도굴>은 흙 맛만 봐도 보물을 찾아내는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가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로 불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강동구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위해서라면 위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은 스님이었지만, 내일은 누구 될지 아무도 모른다. 황영사 금동불상을 훔친 강동구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가만 보니 파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듯 보인다. 자꾸 판매상들에게 보여만 줄 뿐, 가격 흥정에는 관심이 없다.
그때 강동구에게 등장한 사람은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이다. 윤실장은 유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보물을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 고급스러운 취향까지 고미술계를 강타한 뉴페이스이자 엘리트 큐레이터다. 특유의 감각으로 한눈에 유물의 가치를 매기는 능력을 인정받아,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인물이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으로 포장된 윤실장은 불법으로 유물을 수집하는 회장 뒤에서 일을 돕고 있다. 강동구가 들고 다니던 화영사 금동불상 역시 윤실장이 모시는 회장이 탐내는 물건으로 강동구에게 접근한다. 금동불상을 손에 넣은 윤실장은 강동구의 무모한 성격을 보고 또 다른 제안을 한다. 바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훔쳐오라는 것이다.
영화는 생생한 캐릭터들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개성은 없다. 재기 발랄한 강동구와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삽질의 달인 삽다리까지 생생하기는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 언제나 등장하는 흔하디 흔한 캐릭터일 뿐이다. 다만, 배우들은 이 캐릭터를 생생하게 잘 살렸다.
등장인물 중 가장 식상한 캐릭터는 신혜선이 연기한 윤실장이다. 겉으로는 고고하고 유능한 전문직 여성이지만 뒤로는 나이 든 회장의 불법을 돕고 부, 혹은 명성,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뻔한 캐릭터다. 후반부 굳이 반전이라고 부른다면 반전일수도 있는 모습까지도 뻔하고 식상하다.
<도굴>은 딱 예상하는 만큼, 예상하는 종류의 재미를 준다. 무겁지 않은 분위기에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고 즐길 영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볼만 하다. 하지만 그 이상을 원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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