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뻔한 소재를 스릴러로 비튼 <콜>
과거 혹은 미래와의 소통은 언제나 흥미로운 소재다.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가 이 소재를 멜로 감성으로 접근했다면 넷플릭스 영화 <콜>은 스릴러 관점으로 접근했다. 과거와의 금기시된 소통이 자신의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결과는 결코 희극만이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야준다.
영화 <콜>은 현재의 시간에 살고 있는 서연(박신혜)이 20년 전 자신의 집에 살았던 영숙(전종서)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연은 스스로 원하지 않았지만 과거 자신이 살았던 집으로 돌아온다. 휴대전화를 분실한 탓에 오랫동안 방친된 집 전화기를 사용했고, 의문의 전화 한통을 받는다.
엄마가 자신을 불태우려 한다는 한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숙이다. 수화기 너머로 영숙이 말한 주소는 어딘가 모르게 낯익다. 바로 서연이 과거에 살았고, 현재 지내고 있는 그 집이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서연은 영숙과 대화를 시도하고, 두 사람은 20년이라는 세월을 뛰어 넘어 우정을 쌓아간다.
서연과 영숙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스스로를 그 집에 고립시킨 서연과 신엄마(이엘)에 의해 그 집에 갇힌 영숙은 동질감을 느끼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우정이라 부르기 조금은 이상한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우정은 '고립'이라는 공통분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때까지 영숙은 그저 평범한 10대의 모습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하고, 서연이 들려주는 미래의 서태지 모습에 즐거워 한다. 영숙은 그저 괴기스러운 신엄마에 의해 갇혀지내는 사연 많은 한 소녀로 비춰진다.
영숙의 폭주는 서연에게 변화가 생기면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사고로 죽은 서연의 아빠를 영숙이 살려줬고, 그로 인해 서연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이상 집에서 영숙의 전화만 기다리던 외롭던 서연이 아닌 것이다. 반면 영숙은 행복해진 서연으로 인해 더욱 불행해지고 더욱 외로워졌다. 그 외로움은 영숙의 내면 깊숙히 자리잡던 광기를 살려낸다. 그리고 끔찍한 그의 과거 역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콜>은 과거와의 소통, 소통으로 인해 얻는 달콤함만을 말하지 않는다. 과거의 변화를 통해 현재에 달라질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줌과 동시에 얼마나 큰 책임과 고통, 그리고 희생이 따르는지 역시 함께 다뤘다. 하지만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 방식은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다. 전종서는 초반 영숙의 천진난만한 모습부터 신엄마를 향한 증오와 그로 인한 괴로움을 100% 표현했다. 자신의 불행하고 끔찍한 미래를 알게된 후 폭주하는 모습 역시 완벽했다. 전종서로 인해 <콜>의 장르가 변주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종서의 행동으로 드라마였던 <콜>은 순식간에 스릴러, 혹은 호러물이 된다.
반면 박신혜가 연기한 서연의 캐릭터는 아쉽다. 특별한 특징 없이 이야기에 따라 흘러간다. 영숙의 폭주에 따라 갑작스럽게 욕설을 하는 모습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영숙의 폭주는 이미 설계해둔 캐릭터의 특이점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아무리 독기를 품었다고 할지라도 서연이 쌓아온 캐릭터로는 그의 반응은 납득이 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 리뷰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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