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크릿> 리뷰
제2차 세계대전, 끔찍한 기억을 품은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조각난 기억을 애써 잊고 평범한 삶을 택했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한 가정을 꾸렸다. 의사인 남편 일을 도우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이 여자는 과연 끔찍한 기억까지 잊고 지냈을까.
영화 <더 시크릿>은 끔찍한 과거 속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 여자 마야가 복수를 위해 그를 납치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의 뒤엉킨 기억 속 진실을 쫓는다.
마야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익숙한 휘파람 소리를 듣는다. 과거 끔찍한 기억 속에 있던 휘파람 소리는 마야를 본능적으로 끌어당긴다. 이는 마야를 다시 끔찍한 과거의 그 현장으로 데려간다. 마야의 삶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은 무너지고, 그동안 잊었던 기억이 악몽으로 되살아난다.
휘파람 소리의 주인공은 과거 마야에게 끔찍한 짓을 행했던 당시 독일군 칼이었다. 단번에 칼을 알아본 마야는 결국 복수를 위해 그를 납치 하지만, 칼은 마야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 비밀은 남편에게 그동안 털어놓으면서 밝혀진다.
영화는 마야가 당한 끔찍한 과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야와 칼의 진실게임에 집중한다. 전쟁 중 자신을 끔찍한 방법으로 성폭행하고 자신의 여동생을 죽였다고 주장하는 마야와 참전한 적이 없고 자신은 독일 국적이 아니며, 자신의 이름 역시 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야의 남편은 마야의 편에서 칼을 신문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을 돕지만 마야의 말을 100% 신뢰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칼과 마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마야를 다그치기도 하지만, 마야를 향한 그의 사랑만은 여전해 보인다.
끔찍한 일을 당한 여자가 과연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잊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마야와 칼의 진실게임 사이에서 영화를 끌고 가는 힘으로 작용한다. 마야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고 “나에게 왜 그러냐.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절규하는 남자와 마야 사이에서 관객들은 혼란을 느낀다. 이는 마야의 과거 정신과 상담 이력도 한몫한다.
과거 일을 자백하면 살려주겠다는 마야의 말에도 칼은 계속해소 무고를 주장한다.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모습은 그의 주장을 믿게 만들고, 그가 말했던 과거 행적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마야의 착각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거짓과 진실, 그리고 마야의 망상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관객들은 마야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남편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마야를 믿지 못한다. 영화 속 남편은 관객의 심리를 대변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 칼을 다그치고 고문하는 모습은 광기에 서려있고, 편집증에 가까운 행동은 마야의 기억이 조작된 것은 아닐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품게 만든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흥미롭게 흘러간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마야의 과거 기억은 다소 지루하다. 그가 겪은 끔찍한 일에 대한 심각성, 그리고 마야의 조각난 기억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하더라도 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 결말은 인상적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마야의 남편은 복수를 포기하고 설령 칼이 가해자일지라도 용서해 달라고 말할 뿐 특별한 존재감이 없지만, 영화 말미에 뜻밖의 선택으로 놀라움을 안긴다. 또 진실을 말하는 자가 밝혀진 후 그려지는 그들의 모습 역시 대단할 것이 없어 더욱 놀랍다.
※ 리뷰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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