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 르로이> 리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사는 삶은 어떨까.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미스터리한 인물로 대중 앞에 선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소설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면 어떨까. 영화 <제이티 르로이>는 그 믿기지 않은 삶을 살았던 사바나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바나는 오빠 제프를 따라 샌프란시스코로 독립했다. 그곳에는 제프와 함께 밴드를 하는 가수 로라가 있었다. 로라는 가수로 활동하면서 소설가라도 활동 중이었는데, 그가 쓴 소설 '사라'가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로라는 제이티 르로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었고,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감춰왔다.
그러던 어느 날 로라는 사바나에게 제이티 르로이가 돼 줄 것을 부탁한다. 사바나에게서 제이티를 봤다는 말과 함께, 제이티 르로이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사라'를 본 사바나는 그의 삶에 매료됐고, 로라의 부탁을 수락한다. 그렇게 시작된 제이티 르로이의 삶은 사바나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사바나가 제이티 르로이로 처음 대중을 만난 것은 잡지사의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로라가 진행했지만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낸 것은 사바나였다. 남자였던 제이티 르로이로 살기 위해 최대한 얼굴을 가렸고, 수줍은 많은 미소년으로 변신했다. 그 다음은 직접 사진기자를 만나 인터뷰용 사진을 촬영했고, 조금씩 대중들을 대면하며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한 제이티 르로이로 살기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바나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제이티 르로이로서의 삶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깊어졌다.
미국 전역을 흔든 '사라'의 인기는 급기야 영화화에 이르고 사바나는 영화 작업을 위해 만난 영화 감독 겸 배우 에바에게 매료됐다. 에바는 '사라' 연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바나에게 환심을 사려했지만, 사바나는 진심으로 에바에게 애정을 느끼며 심경의 변화를 겪고, 로라와의 관계에도 변화를 겪는다.
사바나의 제이티 르로이로 살기는 매 순간 아슬아슬하다. 자신이 여자임을 감추고 남자로 살아야했고,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제이티 르로이를 알아볼때면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잘못봤다고 넘겨야 했다.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에바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사바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가짜 연극도 오래가지 못했다. 점점 제이티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오빠 제프의 제보로 제이티 르로이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언론에서 알게 된 것이다. 사바나는 제이티 르로이의 진실을 밝히라고 아우성치는 언론과 대중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안도하게 된다. 가볍게 시작했지만 겉잡을수 없을 만큼 커진 거짓말으로 멈출수 없었던 사바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준 셈이었던 것이다.
제이티 르로이의 매니저로 숨어있던 로라 역시 세상 밖으로 나오는 기회를 얻게됐다. '사라'의 내용처럼 친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여장을 해 몸을 팔던 접대부는 아니었지만 비유적으로 로라와 '사라' 속 주인공의 삶은 닮아 있었기에 소설은 로라의 자전적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대중들이 자신을 사랑해줄까 걱정만 하던 로라는 제이티 르로이의 실체가 폭로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소통하게 됐다. 로라의 소설이 거짓이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여전히 로라의 곁을 지키며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영화는 제이티 르로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이야기보다는 제이티 르로이로 살아가는 사바나의 감정에 집중해 따라간다.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품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평범한 삶을 살던 사바나에게 찾아온 변화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제이티 르로이 정체 폭로 사건이 있은지 1년 후, 사바나와 로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물론 긍정적으로 말이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제이티 르로이>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2000년 소설 '사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제이티 르로이의 이야기다. 제이티 르로이는 소설로는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드러냈지만 대외 활동을 최소화한 얼굴없는 작가였다. 그러다가 대중앞에 선 순간, 평단과 대중은 물론이고 셀럽들까지 그에게 열광했다. 실제로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제이티 르로이를 다룬 영화 <이유없는 반항>을 연출하고, 어머니 사라 역으로 출연까지 했다. 이 사기극은 2006년 뉴욕 타임스의 폭로로 끝이 났다.
<제이티 르로이>는 많은 부분 사바나 역을 맡은 크리스틴 스튜어트 매력에 기댄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제이티 르로이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더욱 신비로운 인물로 탄생했고, 본체인 사바나 역시 매력적인 인물로 포현된다. 겉으로 드러나는 과한 감정 연기나 액션은 없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느껴지는 감정 변화는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리고 특별한 계기없이 제이티 르로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드리게 만들기도 한다.
※ 리뷰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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