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비부비 Feb 04. 2021

<아이> 아직은 미숙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평범한 위로


(경우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낄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한 아이가 있다. 보육원에서 살아온 이 아이는 현재 보호 종료 아동이다.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왔고, 아동학과 졸업반을 다니고 있다. 돈이 필요했던 아이는 생후 6개월 된 혁의 베이비 시터됐다. 이 아이는 아영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다. 술집에 다니며 근근히 살아가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이 아이를 키우고자 했다. 힘겹게 하루하루 버텼지만 남는 것은 빚 뿐이다. 생활이 엉망이 된 시기, 아직 어린티를 벗지 못한 아이를 만났다. 자신의 아이 혁의 베이비 시터로 아영을 만났다. 이 여자는 영채다.


영화 <아이>는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된 아이 아영과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 영채가 만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버림받은 아이와 아이를 버리려고까지 했던 어른의 만남을 통해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성인이 된 아영은 보육원을 나와 그곳에서 만난 친구 민지와 함께 살아간다. 망가진 세탁기를 손수 고칠만큼 생활력이 강하지만 여전히 어리기만 하다. 민지를 비롯한 보육원 시절 친구들은 아영이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휴식처와 같았다.


학업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 생활비까지 벌어야했던 아영의 삶은 힘들다. 그럼에도 멈출수 없다. 오롯이 홀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고단함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혁의 베이비 시터가 된다. 아영의 눈에 혁의 엄마 영채는 이상하기만 하다. "돈 벌어 올게"라며 밤마다 나가고 술과 담배 냄새를 풍기고 들어오곤 했다.


그럼에도 영채에게 질문을 하진 않았다. 자신 역시 질문 받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였다. 대화보다는 영채의 말이 더 많은 두 사람이었지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묘한 우정까지도 생겨났다고 생각했을 즈음, 사고가 생겼다. 혁이 다친 것이다.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에게 돌리고 두 사람은 갈라선다.

영채의 삶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고 자신의 아이를 입양을 보낸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던 그때 아영이 다시 나타나 혁을 영채의 품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아영이 먼저 영채에게 손을 내민다.


아영과 영채의 관계는 어쩌면 아이와 어른이 바뀐 모습같기도 하다. 버림 받은 아이와 아이를 버린 여자의 만남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을 주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발전한다.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한 순간 찾아온 인연은 그 어떤 온기보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는 따뜻한 여운을 남기고 끝맺는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미래가 밝기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살아가겠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영화는 꼭 좋을 일만 있을 것이라는 허망한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힘든 일도 있겠지만 함께라면 조금은 괜찮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위로를 전한다. 그렇기에 <아이>의 감동은 더욱 깊다.


※ 리뷰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됩니다



iuzzib@naver.com (오타 및 기사 제보)

※저작권자 ⓒ무비부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https://movie-boobi.tistory.com



매거진의 이전글 스릴러 덜어내고 로맨스 더한 넷플릭스 <레베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