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직장인의 성공과 실패
#직장에서성공과실패 #성공한직장인
성공한 직장인, 실패한 직장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타였던 요기 베라의 유명한 말이다. 그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인 1973년 시즌 중반에 꼴찌로 쳐졌을 때, “올 시즌은 이대로 끝난다고 봐야겠죠?”라는 어떤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는데, 그해 뉴욕 메츠는 기적처럼 승수를 쌓으며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골프에도 “장갑을 벗어봐야 안다.”라는 말이 있다. 마지막 홀까지 가봐야 승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다른 모든 운동도 마찬가지며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도, 직장생활도 비슷하다. 중반까지 앞섰다고 마지막에도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뒤집힐 수 있다. 종착점까지 가는 과정엔 꼭 새옹지마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예기치 않은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
이처럼 무엇이든 초반이나 중반의 성공이 마지막 지점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잘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역전을 당하거나 반대로 역전을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반전은 운이나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누적된 꾸준함의 힘이나 실속있게 미래를 잘 준비해온 노력의 힘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역전을 당하는 경우는 방심이나 자만 또는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 불찰 때문이다.
따라서 직장생활도 성공과 실패를 논하려면 그 끝 지점쯤이 돼야 제대로 할 수 하는데 지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너무 먼 이야기다. 그래서 초반, 중반, 종반 등 시기별로 나누어 그 시점에서 성공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 중반 무렵과 마치는 시점에서 성공을 보는 관점은 분명히 다른 요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5년 정도 지난 중간 지점에서 성공적인 모습이란 과연 뭘까. 필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일을 통해 조직에 충분히 공헌하고 있느냐이며, 품격과 태도로 주변에서 얼마나 인정을 받고 있는지가 두 번째 기준이다. 이는 이전 칼럼에서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날아야 오래 난다.’라는 제하로 설명한 바 있는데 같은 맥락의 얘기다.
주변에 보면 일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량개발이 부족하거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이다. 또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불통의 사람도 있으며 자기 이익에 너무 민감한 나머지 양보나 희생을 모르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역량과 품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15년쯤 되면 주변에서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직장생활을 성공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에도 상황을 역전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냥 그렇게 가다가 중간에 시드는 직장생활이 된다. 놀라운 것은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결함과 약점을 보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오묘한 태도이다.
직장생활하는 누구나 성공을 원한다. 그러나 위의 기준에서 보면 누군가는 성공의 길로 가지만 누군가는 실패의 길에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공간에 있다고 생각되면 이는 실패에 가까운 길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사람이 후반부에 국면을 전환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함께 엄청난 혁신과 도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그냥 가면 종국에는 어둠 속에 절벽을 마주하는 꼴이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서두에 얘기했듯 중반까지 성공적으로 가다가 마지막에 이르는 과정에서 역전을 당하는 것이다. 야구에서 보면 중반인 5회나 6회까지 이기고 있다가 역전을 당하는 것과 같다. 이와 반대로 직장생활 초반엔 어려움을 겪다가 나중에 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이런 일은 좀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엔 더뎌도 점차 나아지면서 뚝심을 발휘하는 케이스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역전은 왜 발생하는가. 첫째는 인덕의 부족이다. 인덕은 주변 사람을 배려하며 챙기는 삶을 살아야 생기는 데 지나치게 자기를 우선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그러한 덕이 쌓일 리 없다. 직장생활 후반부로 갈수록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그것은 진짜 고독한 삶이 된다. 직위가 높고 재력이 있으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역량과 리더십으로 계속하여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위로 올라가면서 그렇지 못하는 경우다. 부하직원일 때와 상사일 때의 역할은 다르다. 상사가 되어 발휘하는 리더십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자신의 가치는 일과 리더십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는 진리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본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인맥 등 다른 것에 의존한다면 이는 언젠가 무너질 모래성이다.
세 번째는 건강이다. 안타깝게도 평상시 건강관리를 게을리하는 직장인이 너무 많다. 건강에 문제 생기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조직에도 영향을 준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CEO로 오랫동안 재임하며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는데 건강의 문제로 퇴임하게 됐고, 이후 건강이 치유되지 않으면서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네 번째는 드물지만, 불법적인 돈의 유혹과 성적인 문제이다. 회사의 돈을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경우, 협력업체로부터 뭔가를 상납받는 경우다. 성희롱, 성추행 등도 공든 탑을 무너지게 한다. 이런 경우는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견제가 줄어들면서 발생하는 만큼 고위직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렇듯 인덕, 리더십, 건강, 돈과 성의 문제 없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른다 해도 여유롭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으려면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제2의 삶을 마주할 때, 할 일이 없어 무기력해지거나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행의 시작일 수밖에 없다. 최근 직장생활을 마무리한 3명의 각기 다른 사례를 보자.
A는 대기업에서 내내 잘 나갔던 대표적인 엘리트 직장인이었다. 남들보다 빠른 40대 중반에 임원 반열에 올랐고 7년 정도 재임했는데 그다음 직급으로 승진이 안 되면서 퇴임하게 됐다. 직장생활 내내 승승장구하였으나 쓸쓸한 마무리였다. 재취업이나 창업할 상황도 아니어서 퇴임한 동료 임원들이나 친구들을 만나 골프를 치거나 산에 다니며 어울리며 소일하고 있다. A는 무료한 일과가 거듭되면서 갈수록 근심도 커지고 있다.
B는 중견기업에서 임원으로만 10년 가까이 재직하였고 퇴임 무렵엔 딸도 출가시켜 후배들을 물론 주변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딸의 출가에 적잖은 돈을 지원한 데다 재직 중에 살던 집을 처분하고 전세로 바꾸었는데 최근 집값과 전세가 폭등하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재테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온 B의 경제적인 고민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B는 사회적 친목 활동도 차츰 줄여가고 있다.
대기업 부장이었던 C는 임원에 승진하지 못하면서 명예퇴직을 하게 됐다. 수년간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승진의 문턱을 넘지 못한 C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임원승진 기한을 넘기면서부터 미래를 준비했다. 그리고 퇴사 후 재직 시 해왔던 업무를 바탕으로 관련 업종으로 창업을 했다. 업의 전문성과 영업력, 추진력을 갖춘 C는 곧바로 회사를 기반 위에 올려놓았고 지금은 중소기업을 끌어가는 대표자가 되었다.
이 셋의 예를 드는 이유는 직장생활을 무난하게 잘 마무리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A와 B는 임원으로 꽤 장기간 재임하다 퇴직하여 얼핏 C보다 훨씬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보낸 것 같지만 그만둔 이후 2~3년 내 상황은 뒤바뀌었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이 무료한 일상이 되거나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면 과거 직장생활의 영광이 아무리 훌륭해도 빛바랜 훈장일 뿐이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도 미래를 잘 준비하지 못하면 유쾌하지 않은 미래가 닥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기 위한 준비,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준비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직장생활 마무리 단계에서 성공이란, 있을 때 성공을 넘어 그 이후 삶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갈 기반을 만들어 냈을 때라야 붙일 수 있는 칭호이다.
필자는 직장생활은 목숨과 같이 소중하다는 얘기를 종종 한다. 인생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중요한 30년 안팎의 세월 동안 자신의 삶이 만들어짐은 물론 그 기간에 가정도, 자녀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삶은 제2의 삶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인생의 진정한 승부 구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구간에서 성공하지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려면 우선 현재 직장생활이 먼저 성공의 길에 있어야 한다.
국민타자 이승엽을 키워낸 전 기아타이거즈 박흥식 2군 감독은 최근 “많은 사람이 승엽이가 성공한 모습만 보는 데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잘 모른다. 이승엽은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 그야말로 벼랑 끝 각오로 해낸 것이다”라고 하면서 “요즘 실내 훈련장 불이 너무 일찍 꺼진다.”라며 노력을 덜 하는 젊은 선수들을 아쉬워했다. 성공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이 얘기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직장에서의 삶을 하나의 루틴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모른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좁고 실패로 가는 길은 넓다고 한다. 자신이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는지 보라.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는 사람들에겐 역전당하지 않을 대비와 미래를 위한 준비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스스로 부족에 대한 성찰과 함께 혁신에의 도전을 권한다. 종점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