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영칼럼니스트 Dec 10. 2021

승진하는 임원의 다섯 가지 유형



    

아무나 못가는 임원의 길


연말 인사 시즌이다. 언론엔 CEO를 비롯한 임원인사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는다. 이미 11월에 LG, 롯데, 신세계, 한화그룹이 임원인사를 발표했고 12월 들어 SK, GS, 삼성그룹이 뒤를 이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만큼 조직과 인사를 다듬는 시기이다. 임원인사와 함께 일반 직원에 대한 인사도 있기 마련이어서 직장인들에겐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졸이는 시기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길은 좁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신입으로 입사하여 임원이 될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기업의 관문을 뚫는 것도 요즘은 수백 대 일의 경쟁을 거쳐야 하는데 거기서 20여 년을 성공적으로 지내다 임원의 반열에 오르기는 더더욱 어려운 길이다. 임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거쳤을까를 생각하면 정말 한없는 축하를 보낼만하다. 임원이 되었다고 해 직장 생활의 모든 것이 해결된 것도 아니건만 그 시점만큼은 인생의 가장 화려한 순간 중 하나임엔 분명하다.


이렇듯 연말이면 반복되는 임원인사를 보면서 기업에서 과연 어떤 사람이 임원이 되는지를 생각해봤다. 누구는 임원이 되고 어떤 이는 임원이 되지 않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임원이 되는 유형을 생각하는 데는 수백 명이 넘는 대기업의 임원들을 접해본 경험치에 그간 귀동냥으로 들은 소문까지 얹어봤다. 임원으로 승진하는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승진하는 임원의 다섯 가지 유형


첫째는 당연하게도 실적형이다. 기업에서 인사평가는 실적과 태도를 중심으로 보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적의 비중이 커진다. 실적이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승진을 잘하는 것은 인사관리의 첫 번째 원칙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안 된다. 그래서 기업은 실적이 좋은 사람에게 승진의 우선권을 준다. 


얼마 전 “‘역대급 실적’ 은행권 임원인사 코앞”이란 기사에서 보듯 특히 금융권은 승진에서 실적을 중시한다. 금융계에서 실적이 좋은 사람이 승진 우선순위에 있는 것은 불문율처럼 되어있다. 그리고 실적은 반드시 숫자만이 아니다. R&D분야는 기술개발로, 전략이나 재무분야는 신사업이나 M&A 등으로, IT분야는 요즘 같으면 디지털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분야별로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 승진하는 것이 맞다. 


두 번째는 종합평판 우수형이다. 그간 맡아왔던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냈으며 그때마다 전후좌우의 평판은 어땠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이는 역량과 품격이 더해진 실력의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위에 있거나 비교우위이면 그만큼 임원의 길도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특정하게 탁월한 실적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임원은 이 유형에서 탄생한다. 종합평판 우수형도 실적에서 최소 무난한 성과를 거둬야 임원 승진이 되는 것은 기본임은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실적이 뒷받침된 두 번째 유형이야말로 기업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인재형이다. 


세 번째 유형은 성골형이다. 그룹의 본부나 기획실에서 전략이나 인사, 기획, 재무업무를 거친 사람들이다. 사내에서도 핵심부서에서 일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도 역량을 인정받아 핵심부서에 배치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질투할 것은 아니다. 간혹 좋은 학력이란 백그라운드가 성골이 되는 기업도 있는데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이처럼 성골의 커리어를 갖게 되면 성과의 영향과 함께 선배 성골들이 끌어주는 영향이 크다. 삼성, LG, 롯데, 한화 그룹 등은 그룹 본부에서 일한 사람들의 임원 승진율이 월등 높다고 한다. 


네 번째는 윗사람을 모시는 탁월한 능력의 보유자이다. 이들은 상사의 기분을 잘 맞추는 기발한 능력이 있다. 보통 아부나 아첨을 떤다고 얘기도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상사는 일반적으로 실적이 좋은 사람이라도 자기에게 불편한 얘기를 하는 부하직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편한 사람, 코드가 맞는 사람, 가려울 때 긁어 줄줄 아는 사람, 나아가 내 얘기에 귀 기울이며 장단 맞춰 주는 사람이 좋은 것이다. 그러니 실력도 없고 성골도 아니라면 이 길을 생각할 수 있는데 경험상 이것도 타고나야 한다.  


다섯째 집사형이다. 보통 오너 CEO가 있는 기업에서 오너의 공적인 것부터 사적인 영역까지 살뜰히 챙겨주는 역할을 하는 집사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핵심 측근이라 불리기도 한다. 오너 입장에선 공적이든 사적이든 뭐든지 믿고 맡길만한 그런 사람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그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다. 성실과 충성심은 기본이다. 얼마 전 GS그룹의 임원인사 발표를 보면 ‘GS 오너家 집사’란 기사가 있었는데 이는 GS뿐만 아니라 오너가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당신의 한 방은 무엇인가


자, 그러면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대부분은 실적도, 종합평판도 갖추길 바랄 것이며 가능하면 상사에게 아부는 아니어도 기분 좋게 할 능력도 갖추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한 방이 없으면 임원 승진에 탈락할 수 있다. 그러니 실적이든, 종합평판이든, 성골이든, 아부든, 집사든 확실한 한 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요인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확실한 한 방도 마이너스 요소를 안고 있으면 선택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향을 정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방향이 분명하다. 실적이나 종합평판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직장에선 7할 이상이 그 방향에서 임원이 된다. 누군가는 운칠기삼(運七氣三), 운칠복삼(運七福三) 등을 얘기하며 운이 따라야 한다지만 실제 실력이란 기반이 되어있지 않으면 임원 승진 후보로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실력으로 보여줄 게 없는 사람 중에 이상한 방향으로 똬리를 틀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앞길이 흐릿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네 번째, 다섯 번째 유형의 방향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를 뭐라 얘기할 것 없다. 사람이 자기 잘하는 것 중심으로 능력껏 가는 거 아닌가. 그리고 수요가 있으니까 그러한 공급을 통하여 자신의 위상을 높여가는 것인 만큼 그것도 타고난 재주라 볼 수 있다. 인정해야 한다.


그럼 보자. 타고난 재주가 있지 않은 한 이와 같은 유형으로 임원이 되는 길은 요원하고, 또 성골이 아니라면 결국 첫 번째나 두 번째 길로 성장해야 한다. 자신의 실력으로 앞을 헤쳐가는 길 말이다. 그 길이야말로 가장 떳떳하고 자부심 있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던가. 그래서 다음 글에선 실력으로 임원이 되는 길, ‘임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을 묻다’는 제하의 칼럼을 싣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너리즘의 길목, 리셋이 필요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