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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Jan 17. 2022

시련의 조직개편, Up-Down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육


 

충격의 조직개편 경험


어느 해 연말, 회사는 대규모 조직개편에 한창이었다. 먼저 새해에 바뀔 조직도를 발표하였고 이어서 각 조직을 끌고 갈 리더와 그 하부 조직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자유 응모를 받아 심사하여 선정하는 소위 잡 포스팅(Job Posting : 직책 지원제도)이란 제도를 시행했다.   


나를 포함 부사장 두 명이 맡고 있던 고객 책임자인 CCO(Chief Customer Organizer) 자리는 지원 없이 CEO가 직접 선임한다고 했다. 두 부사장은 그동안 민간과 공공부문으로 나누어 CCO란 직책으로 주요 고객에 대한 사업을 끌어왔었다.


 잡 포스팅 결과는 일주일 단위로 CCO, 본부장, 팀장 등 상위 직급부터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을 통해 3주에 걸쳐 발표하였다. 가장 먼저 CCO가 발표되던 날, 퇴근 무렵이었다. CEO가 퇴근하고 나서 경영기획실장이 굳은 얼굴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방금 퇴근 전에 CEO께서 CCO로 000부사장 한 명만 선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인트라넷에 게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외에 다른 언급은 없으셨습니다.”      


내가 CCO에 선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순간 ‘멍’했다. 그리고 당혹스러웠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CCO는 그때까지의 정황상 변화가 없을 것으로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얘기는 곧 사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만으로 9년째인 부사장에 대한 마지막 인사 프로세스치고는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임원이란 ‘임시직 직원’을 줄인 말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자리라고 생각해 왔기에 충격은 가슴에 묻고 담담함을 유지해야 했다. 스스로 존엄을 위해서라도 애써 그래야만 했다.


조직개편에서 충격을 받았던 상황을 기록한 나의 졸저 ‘어느 부사장의 30년 직장 탐구생활’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거의 나쁘지 않은 포지션을 맡아왔던 내게 예기치 않게 다가온 시련이었다.


나는 잡 포스팅이 모두 종료된 후 별도의 직책을 맡았다. 회사의 미래 성장사업을 키우라는 미션이었다. 잡 포스팅의 첫 단계에서 충격을 줌으로써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CEO의 의도된 계획이었다.

           


새 출발을 위한 조직개편, 모두가 변화의 대상  


회사에서 때때로 있는 조직개편은 직장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스트레스다. 특히 실적이 저조하거나 변화의 이슈가 있는 조직이나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조직개편의 결과는 대개 기회와 희망의 장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아픔이 되거나 시련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경영을 둘러싼 내외부 환경이 수시로 변하고 있기에 이에 대처할 새로운 조직으로 정비하고 쇄신하는 것은 경영의 중요한 지점이다. 조직에 변화를 줌으로써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구성원들에게는 비전과 함께 긴장감을 줌으로써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하는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조직개편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접적인 포지션이 변하거나 최소한 주변 여건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부서 통폐합을 비롯해 소속이나 역할이 바뀌는 것부터 자신의 리더나 동료가 바뀌는 등 다양한 변화를 마주해야 한다. 말석에 앉아 있다면 별 변화가 없겠지만 상층부일수록 이러한 변화는 크게 다가온다.


이러한 조직개편은 새 출발을 위함이다. 그런데 모두가 새롭고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가슴 부풀고 희망에 찬 사람도,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실망스럽든 희망에 차 있든 모두 출발선에서 결의를 다지기는 마찬가지다. 그것이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변화에 따라 조직은 언제라도 개편될 수 있음이다.  

   


직장 생활 Up-Down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육


직장 생활도 우리네 삶과 마찬가지로 업 다운(Up-Down)이 있기 마련이다. Up 다음에 Down이, Down 다음은 Up이 올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는 가만히 있으면 랜덤으로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다. Down 되었을 때 아픔을 딛고 일어나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하는 사람에게 오는 기회이다.


Down 되었다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KO패로 간다. 승부가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 일어나 다시 추슬러 시작해야 한다. 복싱처럼 일어났다 해서 상대방이 다가와 또 Down 되라며 때리는 사람도 없잖은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숱한 조직개편을 겪었다. 25년 재임한 세 번째 회사는 조직개편을 빈번하게 했는데 따지고 보면 Up과 Down의 교차였다.


분위기가 좋았다고 해서 조직개편에서 꼭 좋은 자리를 맡는 것은 아니었다. 그 반대 경우도 많이 보았다. 기회의 순간이라고 생각할 때 위기가 오기도 했다. 반대로 위기의 순간인데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목도 했다.


그러니 조직개편으로 혹여 Down 됐다고 실의에 빠지지 말자. 원치 않았을지 모르는 그 자리에서 역할을 잘하다 보면 언젠가 또 Up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반대로 Up의 상황이 됐다고 자만의 마음을 가져선 안 된다. 자만의 마음은 잠재 경쟁자의 질투심과 전투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UP 다음 스텝은 어쩌면 Down일 수 있다. 그러니 겸허해져야 한다.


인생도 직장도 이러한 Up-Down을 이겨내는 마음의 근육이 필요하다. 마음을 먼저 잘 붙잡아야 앞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고 자신이 가진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각오와 다짐은 밖으로 드러내기보단 마음의 근육에 새겨야 한다. 실망스럽거나 아쉬운 마음이 있어도 이것이 겉으로 드러나면 의사결정자도 좋아할 리 없으며 스스로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Down-Up 기회


이처럼 경영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 조직개편에 최고경영자는 수시로 그 필요를 느낀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새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또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엔 경고를, 성장의 기반을 잘 만들어 내는 조직엔 더 큰 기회를 줌으로써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다.


조직개편은 조직과 분위기를 바꿀 중요한 경영의 수단이지만 때론 사람에 대한 회사의 의도를 명확히 구현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실적이 안 나오는 직원, 불편한 직원, 말 안 듣는 직원,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은 상사는 없다. 조직개편은 이들을 멀리하거나 밀어낼 기회도 된다.


또한, 조직개편의 이슈 중 하나는 험지로 누구를 보내느냐이다. 그것이 신사업이 됐든 정체하는 영역이 됐든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면 그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경영에서는 잘 나가는 사업만 가지고 성장을 만들 수 없기에 리스크가 있는 신사업도 키워내야 하며 정체되는 영역도 되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개편은 그러한 여러 기대를 담고 있다. 그러니 험지에 배치되었다고 하여 마냥 실망할 일이 아니다. 미운 사람에게 맡겨 어려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어쩌면 그것을 가장 잘할만한 사람에게 맡긴 것이다.


또 앞서 언급했듯 좋은 포지션으로 이동한 사람도, 험지에 배치받은 사람도 영원한 것은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 위치든 결국은 두 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는 일을 잘해서 실적을 내야 하고 둘째는 주변에 인정과 신임을 받아야 한다.


필자는 이를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날아야 오래 날 수 있다’는 글로 표현한 바 있다. 여러 경우 품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역량만으로는 더 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익숙한 역할, 익숙한 사람을 떠나 새로운 변화가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사람과 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하고 또 자신의 위상을 만드는 것이다. 실의에 빠져서 움직임이 둔해져서는 전진하기 어렵다.


직장 생활의 궁극적 성공은 무엇을 맡든, 어느 위치든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를 갈고 다듬어 나갈 때 가능하다. 다시 말하지만, Down-Up 교차는 그런 사람에게 주어지는 기회이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당연히 찾아오는 행운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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