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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Aug 11. 2022

몰상식한 아모레퍼시픽의 팀장 쫓아내기

#아모레퍼시픽의팀장인사




몰상식한 아모레퍼시픽의 팀장 쫓아내기



아모레퍼시픽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팀장들을 전면 교체했다는 소식이다.  내용인즉 70년대생 고참 팀장을 대거 팀원으로 강등시키고 그자리에 80년대생을 채워 세대교체내지는 물갈이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기사에 의하면 이러한  인사는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담당의 경영 체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며,  젊은 팀장들이 발 빠른 대응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올드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이미지를 변신하게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다음은 관련 기사이다.


https://www.fnnews.com/news/202208031514487212




기사의 일부를 보자.



팀원으로 근무하던 '담당'(팀장이하 직원을 말함)이 팀장이 되고, 팀장은 하루아침에 담당으로 격하되면서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정상적인 근무가 힘들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담당으로 강등된 전직 팀장들은 사실상 회사로부터 '퇴직'을 강요 당한 것이라고 자평한다.



특히 담당으로 밀려난 일부 팀장들 사이에는 개인의 인사 고과나 부서 실적보다는 '나이' 때문에 팀장에서 밀려났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당연히 시니어 팀장들 사이에서 이번 인사에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인사에서 아모레퍼시픽 팀장에서 물러난 A씨는 "15년 넘게 성실하게 다닌 회사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며 "팀 실적이나 인사 고과와 무관하게 1970년대생 팀장들을 보직 해임한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밑에서 일했던 직원이 팀장이 되고, 팀장이 팀원이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같이 한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데도 부서 이동조차 해주지 않고 한 부서에 같이 배치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냉혹하고 어이없는 인사가 아닐 수 없다. 같은 팀내에서 팀원을 팀장으로 올리고 팀장을 그 아래 팀원으로 두는 인사방식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팀장들이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고 책임을 져야 하기에 이렇게 했을까. 이러한 인사는 팀장들에게  일하기 어렵게 만들어 결국 나가게 만들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15년 이상 재직하며 회사의 성장에 공헌한 팀장들을 어느 한순간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별다른 이유도 없이 한꺼번에 좌천시키는 이러한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에 어려움이 생겨 일시적으로 적자가 발생했다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아모레퍼시픽이 어떤 회사인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구축하며 동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로, 코로나 이전까지만해도 한류 붐을 타고 승승장구하던 회사다.



한 때는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이 국내 10위권에 들어간 적이 있으며, 주가가 많이 떨어진 현재도 코스피 50위권을 벗어나지 않는 대기업이다.



젊은이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회사이고 서경배 회장은 경영성과에 힘입어 한국의경영자상을 받기까지 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는, 좋은 회사로 추앙받던 회사였다.



코로나로 인해 경영의 어려움이 발생했다면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직원들을 독려하여 한방향으로 혁신의 힘을 모으는 것이 더욱 중요할텐데, 이러한 인사는 오히려 많은 직원들의 사기를 꺾고 회사에 대한 로얄티를 상실하게 만든다. 팀장들 뿐만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직원들도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된다.



직원들은 이제 '나도 언젠가는 저리 될 수 있겠다'라는 두려움과 체념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회사에 진정한 로얄티를 가지고 일하겠는가.  이번 파격인사를 보면 실제 그들은 이런 메세지를 주고자 했는지 모를일이다. '너도 그렇게 되기 싫으면 실적을 내란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는 상식선에서 그만큼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인 것이다.



이제 직원들에게 자발적인 충성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 싶다. 아모레퍼시픽에 자신의 인생을 걸만한 동기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 된다.



예전만큼 유능한 인재를 잡기도 모셔오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래는 더 암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이 과거 외부에서 영입한 유능한 인재에 의해  고도성장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의아한 것은 이러한 무리한 인사가 가져올 내외부적인 다양한 후폭풍을 모르진 않았을텐데 이를 잘 알고 있을 경영진은 뭐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한 기업이미지의 훼손만해도 어마어마할텐데 말이다. 혹, 자기 살겠다고, 오너가 휘두르는 칼을 무서워 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팀장들도 팀원들도 자기들의 후배 직원이며 공동체 식구들이 아니던가. 오너가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를 어렵게 하거나 직원들을 힘들게 할  것 같으면  때로는 결연하게 나서야 할 것 아닌가. 제어 장치 없이 일방적 독재로 치닫는 국가나 기업이 잘 될리 없다.



아모레퍼시픽과 같이 말도 안되는 인사를 하는 회사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인사는 회사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구멍가게 같은 회사에서나 있는 일이다. 삼성이나 LG같은 회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업계 삼성전자와 같은 위상이 있는 회사이다.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도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위치이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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