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 Hargrove Quintet 「Earfood」 Track 3 'Strasbourg / St. Denis'
【 Roy Hargrove 】 「EarFood」
끝은 나와 헤어지기 위한 이별 준비
'끝'은 여러 형태로 다가온다.
'이별', '배신', '사별', '죽음' 같은 관계의 '끝'
'일의 완수', '목적의 달성' 같은 행위의 '끝'
'기쁨', '슬픔', '행복', '사랑' 같은 감정의 '끝'
그 '끝'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얼마 전 누군가 슬퍼하며 말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이젠 날 돌봐주신 숙모마저 세상을 떠났어."
"더 이상 충격이 없는 놀랄 일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나는 어쩌면 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를 그 '슬픔'에 완벽히 공감하진 못했을 것이다.
아니, 헤아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난 그 '끝'에 무어라 답해야 하는가?
잠깐 장례식장으로 가보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 친구나 친지의 죽음에 세상 떠나도록 우시지만,
곧 돌아선 막걸릴 마시며 화투를 친다.
그들은 일종의 '끝'에 숙련된 '숙련자'들인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린 아직 그 '끝'에 미숙한 인간일지 모른다.
그 '끝'에 다다르면 느껴진다.
슬픔이든, 시원섭섭함이든
그 '끝'은 우리에게 아쉬움이나 후회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우리를 과거에 묶어두기도 한다."
그렇다면 '끝'은 우리 삶에 뭘 남겨주려 있는 걸까?
문득 어쩌면 그 '끝'은 나의 '죽음'...
평생을 함께한 '나'란 친구와의 '이별 준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끝'은 이별이든, 죽음이든, 좌절이든, 포기든 어쨌든 그런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 '끝'은 모르는 사람, 나, 가족, 친구, 연인, 꿈, 감정 그 '사이'에 끼어든다.
"결국 그 '끝'은 '나'와의 마지막 이별, '죽음'을 위한 연습이 아닐까?"
그 '끝'이 있기에 과거의 '기억'들에 감정이 묻어난다.
그 '끝'이 있기에 과거의 '순간'들에 추억이 스며든다.
그 '끝'이 있기에 우리의 '삶'들에 의미가 생겨난다.
그러니 더 이상 그 '끝'에 너무 슬퍼하진 마라.
기왕이면 웃으면서 그 '끝'을 맞이하라.
기왕이면 기분 좋게 그 '끝'을 보내줘라.
너무 아쉬워하진 말고, 돌아선 술이나 한잔하자.
네가 보낸 그 '끝'은 다가올 너의 '끝'
그리고 너와의 '마지막 이별'에
훌륭한 안주가 될게 분명하다.
Roy Hargrove 「Earfood」
Roy Hargrove 「Earfood」 수록곡
오늘 소개할 음반은 [ Roy Hargrove ]의 'Earfood'이다.
2021년 12월, 곧 끝날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필자의 기억으론 끝내고 싶지 않았던 트럼펫 연주가. '로이 하그로브'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2018년 11월 02일 49세. 젊은 나이에 그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로이 하그로브' 그는나에겐 영원한 재즈 히어로였다. 재즈를 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비로소 재즈의 맛을 알게 해 준 그런 인물이었으니까. 하물며 음반까지 직접 프랑스에서 공수해 올 정도로 애정이 깊은 아티스트이다.
어떤 평론가는 말한다. "현재 재즈 씬은 '로이 하그로브' 전과 후로 나뉜다." 필자는 이 말에 극히 공감하는 바이다. 탄탄하고 옹골찬 그의 연주를 듣고 있자 하면, '하그로브'와 그의 팀원들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독수리 오형제'같은 퀸텟이었다. 그의 별명은 통칭 '전통과 혁신을 꾀한 뮤지션'이다. 미국 재즈 씬에서 오랜 기간 사랑받아왔으며, 그의 음악은 말 그대로 '전통'과 '혁신' 그 미묘한 경계를 넘나 든다.
그의 생애를 돌아보자면, 가장 음악적 영향을 준 아티스트는 '레이 첼스 밴드'에서 사이드맨으로 활동한 색소폰 연주자 '데이비드 뉴만'이었다. 당시 다니던 중학교를 방문해 그가 재즈 뮤지션의 꿈을 기르게 된 계기가 됐던 것이다. 그가 18세가 되던 해엔 '하그로브'가 동경하는 트럼펫 연주가 '윈튼 마샬리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됐고. '마샬리스'는 '하그로브'의 재능을 알아보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뉴욕 잼 세션에선 다양한 무대 경험과 앨범 녹음에 참여하는 등 저명한 뮤지션으로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됐다. 실제로 그레미에서 2번이나 수상했던 저명한 아티스트였던 건 사실이니까.
'RH Factor' 같은 재즈 밴드에서 재즈, 소울, 펑크, 힙합 등을 혼합하는 다양한 시도로 인지도를 쌓았고, 'RH Factor'로 발매된 앨범 3장은 현재까지도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소개하고 싶은 앨범은 'Earfood'라는 앨범이다. 특히 'Strasbourg st. Denis'는 감히꼭 한 번쯤은 들어야 할 재즈 음악으로 꼽고 싶다. 파리에 위치한 지하철역 이름을 따 만든 곡명으로, 비교적 부랑자들이 많은 곳이며 소위 말하는 힙한 지역이라 자유롭고 다채로운 전경을 음악으로 잘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