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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은 Jul 13. 2021

골프 입문 1년 차,
나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히드코트 런칭기_1

골프 입문 1년 차, 나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다들 사소한 계기로 창업을 시작한다. 나의 경우 1년 조금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그 시기에 좋은 인연이 됐던 '달꿈'이라는 회사의 사업제안서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처음엔 제안서, PPT 등의 인쇄물 디자인을 주로 그 후에는 웹디자인, BI, 영상 디자인 등을 하는 스튜디오로 발전했다. 또 발리에서, 호주에서, 뉴질랜드에서, 미얀마에서 우리는 전 세계를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뉴질랜드 로드트립 중 차 안에서 일하는 모습

그 결과 매 해 20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스튜디오로,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계약하는 크고 작은 거래처도 생겼다.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꿈꾸던 워라벨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에 만난 클라이언트의 추천으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골프라는 스포츠를 즐기면서 타이트하고 짧은 스커트 말고 정말 내가 입고 싶고 갖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 졌다. 또 나는 그 옷을 일상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입고 싶었다. 부장님들이 골프웨어를 출근복으로 입듯, 젊은 세대들도 사무실에서나 여행지에서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지금 내가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브랜드 '히드코트'를 만들게 된 계기이다.




패션 브랜드 창업은, 겉멋만 들어 보이는 일이다. 또 어쩌면 패션을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또 그렇지 않더라도 조금만 알아보면 모두들 창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일지도 모른다. IT벤처, 플랫폼 산업과 같이 타인의 기대나 촉망을 받는 분야는 더더욱 아니었다.


사업을 구상할 때 각종 유튜브, 인터뷰, 잡지 등을 봐왔으나 대부분은 성공 사례만을 다루고 있었다. 그것도 아니라면 얼마나 패션사업이 힘든지 나열하는 자료와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인간이 꼭 필요하다는 '의, 식, 주'에서 '의'를 맡고 있는 패션 산업이었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샤넬'을 이야기하거나 힙하다는 브랜드 '메종 키츠네'를 찬양하거나, 국내 브랜드 '안다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마케팅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스토리가 얼마나 탄탄한지, 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는 어떻게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는지는 대학생 때부터 귀가 아프도록 듣던 이야기들이다. 역설적이게도 나에게는 이 낭만적인 이야기와 날카로운 분석글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유명 블로거도 아니다. 심지어 패션피플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릴만한 사람도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고,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과감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샤넬의 연대기, 트위드 소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내 글과 맞지 않다. 나는 정말 원단을 찾고 공장을 누비고 플랫폼 수수료를 얼마나 내며 옷을 판매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혹시 내 사업이 망하더라도 이 내용들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잘되리라 믿지만 나중에 '망한 패션 브랜드:어쩌다 망했는가'라는 책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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