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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은 Aug 30. 2021

옷을 생산하기 전,
들뜨지 말고 꼭 체크할 것.

라이프스타일 스포츠웨어 히드코트런칭기_5

히드코트 런칭기를 쓴 것도 벌써 한 달이 됐다. 매주 한 편씩 쓰고있는데 요즘같이 가을 시즌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는 쉬운 게 아니다. 지금도 눕고 싶다.


내가 히드코트 런칭기 5편쯤 오면 패션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컨셉 정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 알았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이고 그 브랜드는 어떤 옷을 팔지, 그리고 그 옷을 어떻게 팔지에 대한 컨셉과 스토리를 짜는 것은 브랜드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최근 자신의 의류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다고 나에게 연락 주신 분이 계셨다. 이미 컨셉와 아이덴티티 디자인은 마무리 되어있었다. 이처럼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먼저 구상한 후 시작한다. 그래서 내 글을 찾아서 읽을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이미 자신이 꿈꾸는 브랜드의 멋진 A컷 포토들이 한 장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걸 앞질러 생산 이슈에 대해서 먼저 다루고 싶다. 브랜드를 런칭하여 실제로 생산하고자 하는 모든 초보 사장님들에게 제일 중요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옷을 생산하면서 생길 수 있는 이슈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래는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다.(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 원단의 불량

- 원하는 원단으로 샘플 열심히 만들었는데 해당 원단 단종

- 오무데(원단의 앞면)를 공장에서 실수로 반대로 사용했던 문제

- 원단의 탕이 다르다...?

- 이 옷은 너무 어려워서 안 받아요~

- 약속했던 일정에 맞춰주지 않는 사장님

등등


이런 모든 스트레스에 견딜 수 있는 사람만 시작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로 거래처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마음이 한 번씩은 덜컹 한다.


그럼 위의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세번의 시즌이 끝나고 나니 이제야 어떻게 작업을 진행해야하는지 프로세스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좀 더 빠르게 학습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좀 더 더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통은 옷 생산에 앞서 샘플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예시로 카라티를 만든다고 하자. 메인 원단을 고른 뒤 그 원단 색에 맞는 시보리를 생산해 들어갈 것이고 단추도 필요하다. 여기에 자수나 와펜등을 넣을 수도 있고 마지막으로 케어라벨과 메인라벨이 들어가야 기본 카라티가 완성된다. 나는 아래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체크하고 있다. 아마 수개월 뒤에는 또 어떤 항목이 추가될 수 있을 것 같다.





[원단]

원단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장 좋은 원단을 좋은 가격에 사오기 위해서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고 나서 체크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원단은 생산비에서 굉장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고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1. 단종되지 않았는가, 재고는 충분한가, 추후에 추가 발주가 가능한가?

실제로 샘플링을 열심히 해서 딱 생산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원단 공장에서 해당 원단을 단종시켜 충분한 원단을 납품하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럼 원단을 다시 찾으면 되는 일일까? 원단이 바뀌면 다른 옷이 탄생한다. 내가 샘플을 제작한다고 1야드 2야드씩 주문을 했을 때 솔직히 거래처는 사전에 '우리 이 원단 수량 조금 남았어요.'라고 이야기해 줬어야 한다. 그런데 동대문이라는 곳은 당신이 평상시에 일해왔던 상식이 안 먹힐 수도 있는 곳이다. 샘플 만들 때부터 미리 체크해야 한다. 샘플 만드는 동안 원단이 품절되기도 단종되기도 가격이 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2. 불량 테스트 (물 빠짐, 낮은 복원력 및 내구성 등)

지난번 이야기했던 부분인데, 원단을 다 결정해서 옷으로 만들었는데 웬걸 세탁 시 치명적인 단점을 발견했다. 과연 공장에서 그 원단을 환불해 줄까? 그리고 내가 이미 옷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쓴 공임비와 부자재 등의 비용을 보상해 줄까? 뭐 물론 법적 분쟁을 통해 공장에서 만들면 안 되는 소재나 방법으로 원단을 만들었다면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 손해는 면치 못할 것이다. 사전에 꼭 원단에 대한 불량 테스트를 진행하자.


3. 내가 주문한 그 색이 정말 그 색이 맞는가?

원단 스와치를 보면, 숫자가 적혀진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연도나 번호가 상단에 쓰여있는 스와치도 있다. 직접 거래처에 가서 "우리 이 원단 색으로 주문할게!"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전화나 문자를 통해서 발주를 넣을 때 "앞에서 6번째", "뒤에서 9번째"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위험한 발주 방식이다. 동대문이나 공장에서 말하는 모든 것을 녹음하지 않는 이상, 기록이 남는 문자나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 생산하고 나서 가격을 올리는 공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특히 사전에 합의한 날짜에 못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주자도 스케줄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넉넉하게 스케쥴링할 필요도 있지만, 색이나 비용 등의 예민한 문제 때문에라도 원단을 포함한 모든 발주 및 지시사항은 기록으로 남겨두자.




[공임]

샘플 작업을 할 때에는 '샘플지시서'를, 생산을 할 때에는 '작업지시서'를 무조건 만들어 가져가야 한다. 대기업은 일반적으로 10페이지가 될 정도로, 사소한 디테일까지 모두 체크해서 지시한다. 다만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그렇게 만들어 가면, 반기지 않는 공장들이 많다. 생산량이 아무래도 적기 때문이다. 

나는 공임을 무리하게 깎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가를 무리하게 올리느냐? 그것도 아니다. 내가 포기 못하는 디테일이 공장 입장에서는 공임을 더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면 그 부분은 쿨하게 지급한다. 내가 욕심부린 디테일에 대해서 고객한테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며 생산을 하고 있다. 그럼 손해를 보지 않느냐 하는데 나는 시장 물건을 파는 사람이 아니다. 여기에서 발행하는 추가적인 비용을 마케팅 비용이라 생각한다. 협찬이나 광고를 통해 태우는 비용이나 내가 공임이나 원단, 부자재에 욕심을 더 부려서 생기는 비용이나... 결과적으로 나는 후자가 고객만족을 불러 자연스러운 바이럴을 해주리라 믿고 있다.


작업지시서 (공장용)

1. 작업지시서

작업지시서에는 최대한 많은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 주는 것이 좋다. 모든 불량과 문제는 이 작업지시서를 통해 수정되고 협의되기 때문이다. 오무데는 어느 쪽인지(원단 스와치를 붙여준다), 자수는 어디에 넣을지, 박음질은 어느 방식으로 할지, 어떤 부분에는 투명 실을 사용해야 하는지, 케어라벨은 어느 방향에 붙일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범위 내라도 꼭 최대한 많이 적어서 전달하자.


2. 100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요척을 할 때, 공장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1야드가 필요한 옷을 1.2야드로 계산해 줄 수도 있다. 문제는 나는 100장을 만들려고 했는데 원단이 너무 많이 남아 130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원 생산량보다 10% 내로 나오는 추가 생산량이 나오면, 나는 생산을 진행하는 편이다. 문제는 이를 노리고 공장들이 일부러 추가 생산량을 20%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남은 원단을 버리는 것도 비용에 들어가지만, 추가로 기획안보다 더 많은 재고를 떠안는 것도 비용이고 부담이다. 

나와 소통이 잘 되는 좋은 공장을 찾는것이 제일 중요하고 추가 생산은 10% 내가 되도록 공장과 충분히 상의하여 원단을 발주해야 한다.


3. 계속해서 어려움을 말하는 공장이라면..

깔끔하게 관두고 다른 공장을 찾아라. 내가 일거리를 가져갔는데도 탐탁지 않아 하는 공장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리가 없다. 우리 거래처 중 꼼꼼하고 걱정이 많은 사장님이 계신다. 대신 사장님은 옷을 만들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우리에게 설명해 주시고 방안을 마련해 주신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단순하게 '어려우니 제외하자', '손이 많이 가니 빼고 가자' 등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희가 좀 더 고민해서 샘플을 들고 오겠다고 설명한 뒤 손절하자.


[부자재]

1. 생산기간

옷을 생산할 때에 디테일을 결정하는 요소로 부자재를 뽑을 수 있다. 비용도 천차만별이고 어떤 디테일을 넣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로 내 기본티가 남들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원단이나 공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부자재파트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은 바로 생산기간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라벨이나 자수 등이 제작 기간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공장들도 늘 우려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공장 스케줄은 한정적인데 자수집에 보낸 원단이 1주~2주일 때 돌아오지 못하면 생산 기간도 밀리고 공장효율도 떨어진다. 부자재에 대한 스케줄을 미리 생각해두고 컨텍해둔 후 원단 주문보다 앞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이슈들이 발생한다. 한 벌을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내용을 챙겨야 하는데 만약 10개의 디자인을 진행한다고 하면 정말 10배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내가 디자인한 옷들이 나온다는 마음에 들뜨기에 앞서 해당 내용을 꼭 체크해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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