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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Apr 22. 2022

『오늘 내 기분은 철학으로 할래』 - 마리안 샤이앙

쉽고 재밌게 철학적 사고하기의 모범 예시

마리안 샤이앙, 『오늘 내 기분은 철학으로 할래』, 소서영 옮김, 책세상, 2022


 이 책의 구성은 각 디즈니 영화의 주요 줄거리와 부각하고 싶은 장면에 철학자나 소설가의 사상을 대입해서 바라보는 패턴의 반복이다. 가령 '라이온 킹'에 나오는 노래 「하쿠나 마타타」를 스토아 학파의 행복론과 연관 지어 사유하는 방식이다. 물론 '포카혼타스' 파트처럼 영화 내에 이런 철학이 담겨 있다는 백그라운드를 설명해 주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이 작품은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도의 제안을 하는 책이다.


 포커싱이 잘 되었다. 상기했듯 철학적 내용과 결부시킬 만한 주요 장면들에 초점을 맞추고 그 외의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히 생략하므로, 글이 장황하지 않고 일목요연하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인 내용을 한 번 훑으면서 자칫 지엽적으로 보일 수 있는 글을 환기해준다.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의도가 아닌 제삼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다소 부정확할 수 있는데, 어거지로 끼워 맞췄다는 인상을 주는 부분은 없다. 기존에 플라톤이나 칸트, 니체 등을 독파한 헤비독자도 '아 여기서 이걸 저것과 결부시켰구나' 할 수준이 된다. 예를 들어 첫 장부터 '겨울왕국'의 안나의 사랑을 스탕달의 결정 작용으로 설명하는데, 처음엔 뭔가 싶어도 읽고 나서는 약간 피식하면서도 납득하게 된다.


 짧고 쉽다. 영화 한 편당 열 페이지 정도를 할애하는데 책 자체가 작아서 글밥이 별로 없고, 철학을 다루고 있지만 문장이 기본적으로 조잡하지 않고 친절하다. 이 때문에 긴 설명이 필요한 이론을 한두 문단으로 때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애초에 책 자체가 흥미를 끌기 위한 라이트 입문서이므로 그게 그리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한 장면을 설명하는 데에 다양한 철학을 들어 설명하는 것 또한 장점이다. 그 철학들에 공통점이 있을 때는 사상과 사상을 연결 짓도록 독자를 유도하고, 그 철학들에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하나의 현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반대로 한 철학을 설명하는 데에 여러 작품을 끌고 오기도 한다. 헤라클레스 신화와 노트르담의 파리, 라이온 킹 이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작품들이 니체의 사상 아래 하나 되는 것이다.


 철학이 실제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알게 해 준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책은 단순히 영화를 더 재밌게 보는 법이나 재밌는 철학 공부로 오해받을 수 있으나, 결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 속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통해 삶에 적용 가능한 교훈을 주거나 세상의 진실을 목도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줌으로써 우리가 실제로 철학적 사고를 하게끔 유도한다.


 기본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한다. 책이 주제들을 잘 범주화했는데, '욕망과 행복'이 주제인 1장의 경우 '겨울왕국'과 '알라딘,' '정글북,' '인어공주' 그리고 '라이온 킹' 이 다섯 작품이 '맹목적으로 욕망을 좇지 말고 행복을 내면에서 찾아라'라는 메시지로 귀결되는데, 이런 부분에서 작가만의 철학이 엿보여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철학서를 읽고 싶은데 두꺼워서 혹은 어려울 거 같아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은 이 책부터 읽어보길 바란다. 향후 철학서 읽기에 동기부여가 될 만한 책이다. 이미 철학을 꿰뚫은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할 수 있으나, 작품과 철학의 연결이 나름 흥미로울 수 있겠다. 다만 딥하고 헤비한 걸 여기서 바라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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