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하고 건설회사 밥을 먹은지 10년이 되었다. 여전히 대학입시와 취업준비생 시절이 꿈에 나와 압박감에 잠에서 깨는 날도 숱하다. 초중고딩을 달려 대학에 가고 대학에서 4년간 휴학없이 버티며 마치 입시와 취업만을 위해 태어난 인간 처럼 살았다. 합격과 불합격을 마주하는 무자비한 시절을 통과하니 시험이라면 넌덜머리가 났다. 그러던 내가 또 시험을 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고난 기간을 최소로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고통은 무한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한한 나날이 그저 흘러갈 뿐이라는 걸 체득하며 설정한 제1원칙이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니, 고난이 될만한 요소들에 집중하며 필요한 '장치와 시스템'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고난에서 해방시켜주며 이로움을 준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시크한 달력 - 시간관리
국가기술자격 시험은 매년 비슷한 시기에 치뤄진다. 대략적으로 디데이를 설정하고 남은 날짜를 거꾸로 세어 디데이를 적었다. D-99, 98.... 디데이가 적힌 달력을 냉장고에 붙여 놓고는 달력 눈치를 봤다. 디데이달력 속 하루하루는 무심하게도 같은 속도로 흘러갔지만 나는 한꺼번에 두 세날을 지우기도 했다. 수험직장인의 긴장감은 줄어드는 날짜와 반비례하게 커져갔으므로 나는 더 냉철하고 치밀해야 했다. 시크하게 손 흔들며 넘어가는 달력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일 단위로 보면 200개도 넘개 남은 하루들이 나를 한정 없이 늘어지게 만들었기에 주 단위로 쪼개어 계획했다. 200개의 하루들을 30개의 주 단위로 나누어 한 주당 긴장의 무게를 늘였다. 마라톤에서 9km, 6km, 3km 남았다고 알리는 깃발을 바라보며 뛸 때 훨씬 페이스 조절이 쉽듯이 말이다.
태블릿PC - 자료관리
가방의 무게 만큼 쌓이는 피로 역시 고난의 무게를 더한다. 이 책, 저 책, 자료 출력물, 서브노트 등의 종이뭉탱이는 가방을 무겁게 하므로 최대한 간소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사라는 시험은 워낙 방대한 범위를 커버해야 하므로 자료의 양을 줄이기란 쉽지 않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들 수 있는 물건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70만원 하는 갤럭시탭6를 시원하게 결제했다. 백번 잘 한 일이라고 나를 토닥였다. 결과적으론 안 샀으면 어쩔뻔 했나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 언제 어디서든 방대한 자료를 가벼운 무게로 들고 다니며 볼 수 있어 자료 열람 차원에서도 좋지만 그 뿐 아니라 자료의 활용 측면에서도 태블릿PC는 든든한 비서 역할을 해주었다. 여러가지 어플들을 사용해 보며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갔는데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해 본다.
갤럭시탭6를 사용하며 여러 어플을 유료로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무료 다운 받아 사용해 보기도 했다. Camscanner라는 어플을 이용해 내가 직접 풀면서 정리한 노트들을 사진으로 찍어 스캔 파일로 만들어 저장했다. 사진을 pdf 로 만들어 주어서 좋은데 Camscanner 워터마크가 남는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물론 이용료를 내면 워터마크를 지울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진 않았다) One Note 라는 어플은 노트 어플중 반응속도가 빨라서 애용했다. 공부하며 느낀 문제점과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사소한 스트레스까지 적으며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해 주었지만 지금은 판도라의 상자 처럼 꼭꼭 닫아 두었다. 렉쳐노트에는 '내내내푸 퀴즈'를 만들어 어느 정도 지식이 쌓였는지 점검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내내내푸 퀴즈란 내가 쓴 노트에 일부 키워드를 하얀 네모칸으로 비워서 내가 내고 내가 푸는 퀴즈를 말한다. 대학교 때 퀴즈를 보듯이, 단답형의 퀴즈를 만들어 보았는데,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중에서도 단연의 Drop box 어플이 일등공신이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용량인 2기가를 간당간당하게 넘지 않으며 자료들을 관리했는데, 나만의 이동식 자료 저장소로써 활약을 톡톡히 했다. 만약 지금 한다고 하면, 네이버 플러스 멤버쉽으로 180GB 까지 저장가능한 네이버MYBOX 를 이용할 것 같다. 불필요한 자료를 줄이는 것도 효율적이지만 자료 정리 하는 시간도 꽤 소모가 많이 되기 때문이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장치와 시스템' 중에서는 클라이막스가 될 부분인 '엑셀파일'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소개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