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더 Aug 11. 2024

다리를 쭉 뻗는 행복

다리가 편해야 머리가 편하다


회사에서 앉은 자세는 상체 'ㄴ'과 하체 'ㄱ'이다. 상체 'ㄴ'은 곧은 등과 허벅다리로 이루어지며, 하체 'ㄱ'은 허벅다리와 종아리로 이루어진다. 회사 생활 13년 차에 접어들자 꼬리뼈와 허리가 고장 났고 마취통증의학과 병원에 가기까지 했다.



병원에서는 무릎을 통통 쳐서 신경이 반응하는지를 보는 꽤 당연한 듯한 기본 검사를 비롯하여 종아리에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패치를 붙이고 하는 검사 등 각종 검사를 했다. 실비처리가 되지 않는  병원비 15만원을 내고  나오면서 나는 자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두 발을 바닥에 딛고 있지 못한 병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다리를 꼬거나 왼쪽 다리를 오른쪽 허벅지에 위에 올려놓는다. 다리가 편한 것 같지만 몸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흐트러진 자세로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일어날 때 저절로 '어이구야~' 하는 소리가 난다. 모두가 똑같이 고통받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원 시절, 회사 선배 L의 요청으로 잠시 L 선배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녀의 자리에 앉는 순간 종아리에서 탁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발 쿠션이었다. 아니 이런 게 있다고? 발쿠션은 혁명템이었다. 모두가 이코노미석에 앉아 일하는 줄 알았는데 L 선배는 비즈니스석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회사 의자는 등받이를 젖힐 수 있어 점심시간 때는 젖혀서 쓰긴 하지만, KTX 특별 좌석처럼 종아리를 받쳐주진 않는다. 내가 불편하다면 불편을 해결할 방법을 능동적으로 찾아 고쳐나갈 생각을 하진 않고 버텨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니!


임시방편으로 A4 용지 상자를 뒤집어 상자 위에 발을 올려놓곤 했다. 그러다 한 펀딩 어플을 통해 발 받침대를 발견했다. 기술 특허까지 받았다 하고 대기업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보니 이건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써보진 않았지만 왠지 보증된 듯한 느낌! 어머, 이건 사야 해! 펀딩으로 구매를 했기에 더 가격적 메리트가 있어서 이왕 사는 김에 2개를 주문했다.


긴 기다림 끝에 2개의 발 받침대를 받았다. 하나는 회사 책상밑에 또 하나는 내 방 책상 밑에 두었다. 발 받침대는 발을 180도로 쭉 펼쳐 발 뒤꿈치를 턱 갖다 댈 수 있는 무릎 높이의 받침대와 45도 각도로 발을 뻗어 자연스레 올려둘 수 있는 받침대가 있다. 90도로 'ㄱ'자 하체로 앉아있어야 했던 지난날이여 안녕. 이제는 발 받침대가 없으면 답답할 정도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데 갈 곳 잃은 발은 덜덜 떨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발받침대 외에도 마우스 잡은 오른손 손목을 위한 손목 받침대도 빼놓을 수 없는 혁명템이다. 이뿐이랴. 허리 받침대, 키보드 쓸 때 쓰는 손목 받침대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 책상 인테리어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꼭 필요한 받침대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한 뒤 사도 늦지 않다. 다만 한번 통증의학과를 갔다 오고 느낀 점은 자세를 위한 아이템에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는 것이다. 휴가 때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로 나를 위한 선물을 할 수도 있다. 그치만 그 보다 더 오랜 시간 있는 책상 공간에서의 나를 위한 선물로 발 받침대를 구입하는 것이 더 나를 오래 행복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싶다.


책상 공간 지도에서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발 받침대. 책상 공간에서 오래 보내려면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아이템들도 있어야 하겠지만 내 몸을 올바르게 받쳐줄 건강템이 더욱 필수적인 아이템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책상 공간 지도 이야기의 첫 시작을 '발 받침대'로 꺼내 보았다. 피로를 줄여주는 책상생활 아이템이 무엇이 더 있을까 하고 눈을 크게 뜨고 책상을 바라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