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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철 Dec 14. 2020

닥터 포레스트

-닥터 포레스트의 탄생 -

영월을 다시 찾았습니다.

5년 전에는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는 불안함과 초조함의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감사와 힐링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5년의 기간이 아내에게는 암 치료뿐 아니라 또 하나의 보약이 된 것  같습니다. 5년 전과는 너무나도 달리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으깐요.

사실 결혼 결혼 20년 차를 앞둔 아내의 투병생활은 부부의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지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그런 일들을 바로바로 풀지 못하고 쌓아두면 병이 된다는 간단한 진리를 모른 채 서로 간에 많은 짐들이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었거든요.

이런 짐을 깨끗하게 청소하듯이 5년간의 생활은 우리 부부의 클리닝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마주 보고 자게 되고, 잠자리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손을 꼭 잡고 자게 되고...

무서운 병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다시 신혼으로 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늘 무건운 짐이 없어지지 않았는데 그게 바로 음식과 요리입니다.

평소 맛난 음식을 그리 해주었건만, 전국에서 좋은 식재료를 바로바로 사다가 음식을 했건만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 먹어서 그런 병이 걸렸나?라는 무거운 명제가 늘 제 가슴에는 남아있었거든요.

지금까지 해온 요리와 요리 방식을 쭉 돌이켜보며 반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건강을 되찾은 기념으로 힐링음식을 다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항암치료를 하고 바로 찾은 그 영월에서요.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운학리


이름만 들어도 신선이 살듯한 이곳을 우연히 안 것은 약 3년 전이었습니다.

우연히 방문한 이곳은 저에게는 일단 충격이었어요.

자연의 소리가 너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너무 고요해서 그 소리가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리는 곳.

언젠가는 여기 꼭 한번 다시 오리라 마음먹은 곳.

무릉도원면 운학리라는 지명의 이름에 걸맞게 학이 산자락을 훨훨 날아가면서 자태를 뽐내는 곳.

그리고 자연을 품은듯한 커다란 마음과 구들장에서 활활 타오르는 따뜻함을 가진 이산의 주인장.

3년 후에 다시 찾은 이곳은 자연이 나에게 선물을 기다리듯이 늘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변함없는 따뜻한 곳이었습니다.


신선이 살 것 같은 이 무릉도원에서 닥터 포레스트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식구들도 늘었죠.


닥터 포레스트의 주인공입니다.

5년간 암투병을 하고 건강하게 잘 견뎌왔던 아내죠

힐링음식을 매일 맛볼 수 있는 커다란 특권을 가진 행복한 아내로 변신할 예정입니다.


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엌을 내준 주인장이에요.

비록 사회에서 만난 형이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저를 가장 이해해주는 형이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이 자연의 부엌을 통째로 저에게 선물로 주는 통 큰 형이기도 해요.

형도, 아내도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죠.

때로는 아내를 위해, 때로는 형을 위해 음식을 만들 예정입니다.



닥터 포레스트의 총책임자 엄 대표입니다.

사진에 영혼을 불러일으키는 마술사예요.

최근에는 사진에 향기와 맛까지 입히는 기술까지 터득을 한 것 같아 든든합니다.

나는 음식의 영혼을, 엄 대표는 영혼이 담긴 음식에 맛과 향까지 입힌다.... 생각만 해도 즐겁네요.




나와 같이 호흡을 맡은 김 팀장과 팀원들입니다.

나의 칼 자취를, 보글거리는 소리를, 구수한 냄새를 늘 카메라로 소리 없이 따라오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한순간의 영상과 소리를 담기 위해 더위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최고의 열정 아티스트들이라고 할까요?



400 고지의 산자락과 주천강이 큰 물 주기가 만나는 이곳 영월!

부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웅장하지만 이 자연이 주는 커다란 에너지는 나의 음식에 아름답고 멋진 혼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자연을 두고 회의를 거듭했지만 이곳에 첫 발자국을 딛는 순간 여기다는 느낌은 즉각적으로 몸이 반응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가라도 할 것 없이  짐을 내려놓고 이 자연의 영월을 우리만의 스튜디오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게에 무거운 벽돌을 나르고 또 나르지만 힘든 줄 모르고 시작합니다.

신혼부부가 첫 집을 장만하고 집을 꾸미듯이 행복한 미소가 부엌을 가득 채웁니다.

땀방울이 하나하나 모여 온 몸을 적시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일을 합니다.


의사가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팝니다.

그의 아내는 매일 현장에서 스텝이 굶지 않나... 부족한 것 없나... 세심히 챙깁니다.

주인장은 집도 내어주고,

드론까지 날려주고요...


물 한번 길으려면 2만 평 하우스 부지를 가로질러야 합니다.

스텝들 1인 3역은 기본이지요.

갑자기 비가 옵니다.

그러면 두세 시간여 세팅을 철수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얼굴에선 도통 웃음을 잃을 기미가 안보입니다.


요리하는 황 박사 : 다음에 찍지 모~, 다음에는 뭐할까???

이구동성 : 고기요~


-중략-


정말로 우리가 좋아서 만드는 채널!!

순도 100% 내 돈 내산 채널.


스타 앤지 미디어의 닥터포레스트

출연자 : 요리하는 의사 황인철 형님, 형수님

담당자 : 김정수 팀장

제작지원 : 영월 J클럽하우스 이주완 형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겨울엔 차가 못 올라서 배낭 메고 간다며....)


2020년 12.4. 엄진용 페이스북 발췌



그리고 완성된 나의 스튜디오.

하나하나 땀이 완성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부엌.

영화 세팅장 같은 이곳에서 요리를 한다는 생각에 두어 달은 잠을 잘 못 이룰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해 요리를 하는 행복한 설정이,

자연의 새소리를 들으며 도마질을 할 꿈같은 내일이,

시원한 산바람을 타고 점점 퍼져나갈 마법 같은 음식의 냄새가,

점하나를 찍으면 물감이 번져갈 듯한 이 자연 속에서 몽실몽실 일어날 음식의 연기가.

이제는 현실이 되었네요.



우리의 닥터 포레스트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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