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사는 두 수달 무리의 처절한 패싸움이 포착됐다.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수달이 패싸움하는 장면'이라는 설명과 함께 영상 하나가 게시됐다. 영상에는 수달로 추정되는 동물 수십 마리가 양편에서 헤엄쳐 와 서로 물어뜯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은 4만 개 이상 좋아요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은 지난 3월 29일 싱가포르 앙모키오(Ang Mo Kio) 인근을 흐르는 비샨(Bishan) 강에서 촬영됐다. 사람들이 '비샨 수달패(Bishan Otters)'라고 이름 붙인 15마리 수달 무리와 '마리나 수달패(Marina Otters)'라고 이름 붙인 11마리 무리가 영역 다툼을 하다 정면 충돌하는 장면이다.
영상을 접한 한 네티즌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한 장면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패싸움 후 몇 마리 수달이 절뚝거리는 장면이 비샨 강에서 수달을 관찰하는 단체 오터시티(Ottercity)에 의해 포착됐다. 다만 이 싸움에서 죽은 수달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터시티는 싸움이 끝난 뒤 수가 많은 비샨 수달패가 마리나 수달패 중 2마리를 쫓았다고 말했다. 싸움 장소 인근 주민이 오터시티에 제보한 바에 따르면, 저녁 시간에 다시 한 번 싸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이들의 영역다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도 두 무리가 정면충돌해 마리나 수달패에 속한 새끼 1마리가 죽었다.
원래 비샨 강이 흐르는 비샨 공원에는 비샨 수달패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수달 가족이 비샨공원에 나타나 마리나만(Marina Bay) 인근에 마리나 수달패를 형성했다.
2015년에 양 쪽 패거리가 영역 다툼을 위해 정면충돌했고 이때 양 쪽 영역이 뒤바뀌어 마리나 수달패가 비샨 공원 인근에, 비샨 수달패가 마리나만 근처에 살게 됐다. 이때부터 자주 충돌하며 소위 '전쟁'이 시작됐다.
한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적이 드물어지자 싱가포르 수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일부 주민이 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수달들이 인근 지역 주택가에 조성된 연못에 사는 값비싼 관상어 아로와나를 잡아먹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 수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지만 대부분 시민들은 생태 보전을 근거로 수달 활동을 문제삼지 않고 있다. 수달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준위협(NT)종으로 분류된 멸종위기종이다. 국내에서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