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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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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Sep 23. 2020

라디오스타 이대로 괜찮을까?

빅데이터 분석으로 살펴본 라디오스타

친척들이나 부모님의 친구 분들이 집에 놀러 오면 나는 그냥 TV를 튼다. 반년, 길게는 X 년 만에 본 친척들이나 부모님의 친구 분들은 사실 나에게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멋쩍게 현관에 나가 인사를 하고 혹여 부모님이 요리를 준비하시는 동안 심심하실까 싶어, 사실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TV를 틀어놓는다. 이때 적당한 TV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너무 요즘 애들 취향의 프로그램을 틀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친척들이나 부모님 친구 분들의 자제분과 같이 1020 친구들도 있으니 트로트도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 주로 ‘라디오스타’를 켰다. 어른들도, 애들도 충분히 재밌게 보며 집중하고 있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라디오스타’를 키는 것이 망설여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며칠 전에 라디오스타를 켜놨는데도 어른들이 자꾸 나의 불투명한 미래와 암울한 진로를 물었다. 애들이 집이 재미없다며 이 시국에 자꾸 나가서 동네 PC방이나 코인 노래방을 가자고 했다. 당황스러웠다. 라디오스타를 켰는데 왜 라디오스타에 집중을 못했을까? 이 대답을 최근의 방송을 분석하며 생각해보았다.




라디오스타의 감성 연관어 TOP 10?


라디오스타의 감성 연관어 긍정, 부정 감성 연관어 TOP 10

2020년 6월 4일부터 2020년 9월 4일까지 빅데이터 플랫폼 썸 트렌드를 통해 ‘라디오스타’라는 키워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라디오스타와 긍정적 감성의 연관어에는 웃음, 사랑, 솔직한, 기대 등이 있었다. 그리고 부정적 감성의 연관어에는 논란, 걱정, 고민, 오해, 무례한 등이 있었다. 이 중 2가지 대표 키워드인 웃음과 논란에 집중하여 지금의 라디오스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라디오스타는 다큐 아니라 예능입니다!



예능의 원래 뜻은 예술과 관련된 재주와 기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의 예능은 재미 위주의 방송 포맷을 의미한다. 오늘날 예능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이미지가 ‘재미’라는 점은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다큐야? 예능이야?”라고 말한 것이나 예능 캐, 예능 치트키 등이 재미라는 개념에 한정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라디오스타’에게도 많은 시청자가 원하는 점은 재미이다. 이러한 점은 유튜브에 라디오스타 레전드를 검색하여 가장 조회수가 높은 장편 동영상 콘텐츠가 깨달음, 감동의 콘텐츠가 아닌 재미 위주의 콘텐츠였다는 점도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         

유튜브 내 '라디오스타 레전드' 검색 결과

그런데 요즘의 라디오스타는 이전만큼 재밌지 않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재밌는 게스트들이 출연을 안 했다는 점이다. 요즘의 라디오스타의 게스트는 다른 데서 뜬 사람이 출연했거나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출연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재미를 위한 출연진을 구성한 편이 있다면 7월 8일의 ‘도른 자’ 특집이다. 유튜브 내에서 최근 핫한 고은아와 빅터 한, 기존 예능에서 재미가 보장된 탁재훈, 이은결의 출연한 편이 근래 에피소드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이 에피소드는 2049 시청률에서 수도권 기준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라디오스타 '도른 자' 특집(탁재훈, 고은아, 이은결, 빅터 한) 편 예고 화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기에 더 웃음을 위해 라디오스타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게스트 간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도른 자’ 특집은 물론 재밌었지만 이전만큼의 레전드 화까지는 되지 못한 건 그들 사이의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라디오스타의 레전드 편이라고 불린 에피소드의 많은 부분은 게스트 사이에 친함이 있었다. ‘견미리, 이경실, 이봉원, 박미선’ 편이나 ‘박나래, 장도연, 양세찬, 양세형’ 편이 대표적이다. 웃긴 아줌마, 아저씨들의 술자리를 엿보는 듯한 야생이 살아있는 편이나 찐친케미로 라스를 털고 갔다는 평가를 받는 편은 모두 게스트 간의 합에서 더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레전드 에피소드가 2020년 하반기에도 많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왜 자꾸 논란은 김구라가 만들어?


라디오스타가 3개월 안에 가장 언급량이 많았을 때는 언제일까? SNS에서는 세븐틴의 호시가 나왔을 때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그러나 전체 세대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뉴스 기사에서는  남희석의 김구라 저격글 사건이 있었던 7월 29일, 30일에 가장 언급량이 높았다.

라디오스타 최근 3개월(20.06.04~20.09.02)간 언급량 추이

사실 논란은 때때로 노이즈 마케팅과 같이 홍보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실제로 요즘의 방송과 유튜브에서도 논란이 있는 듯 후킹한 장면을 예고로 내보내는 것은 흥미를 이끌기 위해서다. 하지만 게스트가 논란을 만드는 것이 아닌 MC가 논란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문제이다. 게스트가 논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어쩌면 흥미가 생길 수 있겠지만 MC가 논란의 주인공이 되면 해당 프로그램을 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MC인 김구라가 남희석의 SNS를 반박하거나 쟁점화하지 않으면서도 해당 논란에 신경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수준으로만 넘어간 것은 현명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라디오스타는 MC가 논란을 만들지 않게 신경 써야 할 것이다.

라디오스타 홈페이지 메인화면

그러나 MC가 논란을 만들게 된 어쩔 수 없는 사정도 있을 것이다. 라디오스타는 MC가 ‘독하다’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졌기에 재밌었던 프로그램임을 무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체성 때문에 MC 대 게스트 간의 상황에 시청자가 불편감을 느낄 때가 있고 이것이 논란으로 이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가 재미없더라도 MC들 간의 케미로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MC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 라디오스타의 MC들은 서로 간의 케미를 찾기보다는 게스트에게만 의존했기에 논란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예능 캐가 아닌 게스트가 출연한다면 재미를 억지로 뽑아내지 말았으면 한다. 많은 국내 토크쇼들이 게스트에만 의존하는 경향 탓에 변별력이 없어 사라졌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보다 김국진, 김구라, 안영미가 재밌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모든 세대가 재밌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라디오스타를 대체할만한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 스타는 방송가의 ‘아웃사이더’로서만 사랑을 받다가 어느새 국민 예능의 반열에 올라선 프로그램이다. 앞으로도 라디오스타가 쭉 함께했으면 좋겠다.      


라디오스타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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