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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Dec 07. 2021

토끼는 왜 거북이에게 패배했을까?


우리가 잘 아는 이솝우화 중〈토끼와 거북이〉이야기가 있다.      


느림보 거북이가 날쌘돌이 토끼에게 경주를 제안했다. 거북이는 무슨 생각으로 토끼에게 경주를 제안했을까? 토끼는 거북이가 느린 것을 생각해 경주 도중 쿨쿨 낮잠을 주무셨다. 토끼가 잠들어 있을 때 거북이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 경주에서 이겼다.      

사람들은 토끼처럼 자만하면 실패하고 거북이처럼 느려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교훈을 얻는다. 거북이는 성실하고 부지런해 성공했고, 토끼는 불성실하고 게으름을 부려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더 생각해 보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 아닌가?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경주했다면 토끼는 백전백패, 거북이의 승리이다. 

토끼가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인 육지에서 경주했는데도 토끼는 왜 패배했을까? 

거북이는 자신의 ‘목표’에 집중했고, 토끼는 ‘경쟁자’에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거북이가 토끼처럼 경쟁자에 집중해 잠자는 토끼를 보고 쉬어가려고 했다면 결론은 토끼가 경주에서 이긴 것으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목표가 아닌 경쟁자에 집중한다면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 전달하고자 하는 본연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성경 사무엘상에는 두 명의 왕이 등장한다. 사울 왕과 다윗왕이다. 

사울 왕은 시작이 너무 좋았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저물어 가는 인생이 된다. 다윗왕은 사울에게 쫓겨 다니며 괴롭힘을 당하나 점점 떠오르는 인생이 된다. 


시작은 사울이 더 좋았는데 사울은 왜 실패한 왕이 되었을까?      


사울은 토끼처럼 다윗에게 집중하였다. 다윗을 향한 시기와 질투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반면 다윗은 사울이 아닌 하나님께 집중하였다. 자신을 오랜 세월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사울 너머의 하나님을 바라보았다. 사울에게 쫓겨 오랜 세월 도망자로 살았지만, 다윗은 사울에게 상처 받지 않았다. 왕이 되어서도 사울에게 복수하지 않았다. 사울의 후손을 왕족처럼 배려했다. 사울의 죽음을 가장 슬퍼하는 애도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목표에 집중하지 않고 토끼처럼 다른 사람을 바라본다. 나도 빠른 속도로 앞서가는 다른 사람을 자주 바라보았다. 빠른 속도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했다. 거북이 같은 속도를 참담하게 느낄 때가 많았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며 열심히 달음질하던 고3 아들이 수능을 한 달 앞두고 마음이 갑자기 다운되었다.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하는 반장 친구가 자신은 이제 수능 준비가 완벽하게 준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다음날부터였다. 


자신은 여전히 갈길이 멀고, 좀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가득한데 말이다. 아들이 반장과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멘털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상황은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아들의 시선이 친구에게 향하면서 비교하는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장문의 카톡으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왔으니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니 불안해 하지 말라고 토닥여 주었다. 


빠르게 뛰어가는 토끼에게 시선을 두지 말고 거북이의 걸음이지만 리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나는 토끼가 될 수 없음을 수용하는 것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한걸음씩 나아가면 된다. 아들이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끝까지 흔들림없이 멈춤없이 목적지까지 완주하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지나고 보니 모든 인생에는 자기만의 속도가 있었다. 봄이 오기 전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은 매화이다. 그다음 산수유와 개나리가 봄을 알린다. 산수유와 개나리에 이어 벚꽃과 진달래가 피어나고 철쭉은 봄꽃 중 가장 늦게 피어난다. 봄에만 꽃이 피는가? 


여름에도 무궁화와 백일홍, 백합이 피어나고 가을에도 국화, 코스모스, 구절초 등이 피어난다. 겨울이 오면 다른 식물은 잠이 들지만, 겨울에 더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동백꽃, 수선화, 시클라멘 등이 있다.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이 다른 것처럼 봄에 피어나는 사람이 있고, 여름에 피어나는 사람이 있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피어나는 사람도 있고, 겨울에 당당하게 생명력을 꽃피워 내는 사람도 있다. 


토끼처럼 목표가 아닌 경쟁자에 집중하면 행복할 수 없다. 언제든 목표를 바라보고, 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거북이처럼 나만의 속도로 성실히, 꾸준히 가면 되는 것이다. 남들은 지쳐 앉아 있을지라도 나만은 일어서서 거북이처럼 나아가면 된다.     

 








2011년 가을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에 “있잖아. 힘들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라는 시문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 시인이 있다. 92세에 시를 쓰기 시작해 98세 시집을 낸 최고령 시인 시바타 도요다.      


1911년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시바타는 10대 시절 가세가 기울어 여관 종업원과 요릿집의 허드렛일을 했다. 평생을 바느질로 생업을 꾸려왔다. 20대는 결혼에 실패했고 33세에 평생을 함께할 남편을 만나 재혼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시를 권해준 늦둥이 아들 하나를 낳았다. 시바타는 나이가 들어 일본 전통 무용을 취미로 배웠다. 세월이 흘러 무용도 할 수 없게 되자 아들 겐이치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재능을 알아본 시바타의 아들이 산케이 신문사에 시를 투고하면서 시인으로 데뷔하게 되었다. 그녀의 나이 92세였다. 시바타의 시는 6000: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 신문의 코너 ‘아침의 노래’에 실리게 되었다. 그 후로도 지속해 시를 게재하게 되었다. 심사위원이 시바타의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신문에 게재된 작품을 모아 자신의 시집 《약해지지 마》를 모아둔 장례비용 100만 엔으로 출판했다. 데뷔 시집은 1주일 만에 초판 3,000권이 팔려나갔다. 한 달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라 150만 부가 팔렸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5개 국어로 번역출판되었다. 


시바타는 98세에 시집을 펴내면서 ‘내 꿈은 내가 쓴 시를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읽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011년 두 번째 시집《100세》을 출간한 후 102세가 되었을 때 세상을 떠났다. 100세에 당당하게 꽃을 피워낸 시바타 도요의 삶이 참으로 향기롭다.      


시바타 도요처럼, 거북이처럼 목적지에 시선을 두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며 달려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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