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3월에 보낸 문자, 한여름이 된 8월에 답장이 왔다.
늦은 오후 무렵 할머니의 전화가 왔다.
보통 오전이나 낮에 전화를 하시는데, 무슨 일이시지.
"할머니 무슨 일이에요?"
"네가 반찬 잘 먹었다고 문자 보냈잖냐. 그거 봐서."
음.. 내가 문자를 언제 보냈더라?
할머니가 주신 반찬은 잘 먹고 있지만, 문자를 보낸 것 같지 않은데..
아. 생각이 났다.
3월 무렵, 할머니네 집에 다녀온 엄마가 한아름 할머니표 반찬을 안고 왔다.
나는 그 반찬을 먹다가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고, 나와 엄마의 사진을 첨부해 할머니께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할머니는 2G 폰을 쓰시지만, 문자 메시지를 볼 줄은 아신다.
몇 년 전, 내가 핸드폰에 스티커를 붙여서 문자 보는 법을 알려드렸다.
문자를 보내는 법도 알려 드렸지만, 작은 휴대폰 속 조그마한 자판을 치는 일은 할머니께 쉽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 할머니는 문자 메시지를 보는 것을 신기해하셨고,
엄마나 가족이 보낸 메시지와 사진을 계속해서 보고 또 보셨다.
그래서 3월, 나는 아마 그 문자를 보내고 할머니가 읽으실 거라고 짐작했다.
"할머니 그거 예전에 보낸 거예요~"
"그러냐? 아무튼 문자 보내줘서 고마워."
하지만 할머니의 문자 메시지함에 내 문자는 밀려 있었고,
오늘 할머니가 핸드폰을 만지시다 4개월이나 뒤늦게 내 문자를 확인하신 것이다.
3월에 보낸 문자를 지금에서야 확인하셨다는 게 다소 우습기도 했지만,
손녀딸의 문자에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시는 수화음 속 할머니의 음성이 전화를 끊고도 계속 생각났다.
사실 나는 그렇게 자랑거리가 많은 사람은 아닌데, 할머니껜 늘 자랑거리가 되는 손녀였다.
살이 찐 건데... 통통한 손 마저 예쁘다며 칭찬해주셨다.
할머니께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땐, 답신 전화가 없으면 내가 먼저 전화를 해야지.
좀 더 세심한 손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평범한 손녀의 밤이다.
사실, M씽크 활동 제외한 브런치 글을 꼭 써보고 싶었는데 특별한 글 소재가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망설였다.
그래도 써본다.
짧아도 글은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