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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란 Dec 14. 2021

거꾸로, 바로

인생의 순서들

노란 잠바를 입고 화란 누나 형들을 보는 아들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다.

더 자세히는 타인의 나에 대한 감정에 예민하다.


특별히 집에서는 더 그렇다.

아내가 약간이라도 감정이 틀어지면

아주 아주 힘이 든다.


결혼 전 큰 성공들을  꿈꿨다.

친구들은 MIT, 하버드, 서울대 등을 나왔고.

모임에서 본 친구들은 종종 신문 1면에 나왔다.


저 정도는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불안해도 열심히 공부했고

몸을 갈아가며 돈을 벌고 일을 했다.


집안 도움 없이 대학원 다니며 2년간 과외해서

약 1600만 원 정도를 모아 네덜란드에 혈혈단신 오게 됐다.

물론 매일이 초주검 상태였다.


이곳에 온 이후 결혼을 하게 됐다.

목표는 딱 하나,

아내의 행복



꿈 대신 아내가 행복을 느끼길 바랬다.

아내는 오직 나 때문에 어색한 유럽에 와서 산다.

우울증에 빠져 돌아가는 유학생 아내들도 몇몇 봤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결혼 2주년 기념일이 4일 지났을 때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아내의 행복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더 많은 힘이 필요했다.


남자로서 큰 꿈도 좋지만,

하루하루를 아내를 위해 노력해보니

뭔가 모를 자신감이 종유석처럼 딱딱히 쌓여갔다.

그리고 유학생활 공부도, 일도, 새 프로젝트도

차근히 되어간다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삶을 지탱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취에 대한 강한 목적의식이 아닐 수 있다.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의 행복과 평안이

인생을 힘 있게 살아가는 궁극적 도움이 됨을

진실되게 느끼고 있다.


때론 큰 성취로 가족들의 존경을 사고 싶기도 하지만,

일상의 작고 꾸준한 노력으로 인한

가장 가까운 사람의 행복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진득이 가게 해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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