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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GRIA Aug 09. 2023

실무와 디자인 수업의 차이

브랜드 디자인의 컨셉 기획과 시각화 사이의 줄다리기

대학에서의 디자인 수업은 기본적으로 졸업 후 실무 디자인을 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기르는 목적으로 존재하지만, 학교의 수업 내용이나 디자인을 대하는 방식은 실제 실무를 하는 상황이나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실무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고 그들이 가진 비즈니스상의 이슈나 개선해야할 문제를 가지고 하는 프로젝트이고, 수업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설정하여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실무와 똑같은 방식이나 조건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어떤 면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 맡게 되는 수업은 곧 졸업을 하게 될 학생들을 위한 '브랜드 디자인'이나 '디자인 실무 프로젝트' 이다보니 실무와의 괴리감을 너무 크게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프로젝트 베이스로 하여 가능한 실무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접근하려 한다. 그러함에도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들 때문에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실무를 접하게 된 신입 디자이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브랜드 디자인 실무에서의 작업 내용이나 방식이 학생이었을 때 예상하고 기대했던 바와 다르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번 글은 대학에서 일반적인 브랜드 디자인 수업을 경험하고 졸업 후 학생들이 실무로 진출했을 때 일정 부분 괴리감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학교 수업과 실무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인지하는 것은 진로를 결정하고 대비함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가르치는 선생의 입장에서도 어떠한 수업에서의 접근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의 브랜드 디자인 수업에서는

학생 스스로 '가상'의 브랜드를 기획하고 그에 대한 비주얼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실제 클라이언트가 있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수업에선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며, 학생 스스로 브랜드를 기획하는 방식에 여러 잇점이 가지고 있기도 해서이다. 브랜드 기획부터 비주얼 시스템 개발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면서 브랜드에 대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학생 스스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해내는 작업은 굉장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한다.



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첫째, 대학에서의 브랜드 디자인 수업에서는 디자인과 학생의 전공 분야인 브랜드의 비주얼 시스템 개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인 브랜드 기획부터 학생이 스스로 하게끔 하여 브랜드 시스템 개발의 전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일반적인 실무 환경에서는 클라이언트나 사내 기획팀이 이미 기획해 놓은 브랜드의 체계와 콘셉트를 바탕으로 시각화 작업인 비주얼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요구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 입장에서는 비주얼 디자인 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를 아이데이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된다. 브랜드 서비스를 개발하고 브랜드 이름을 짓는다. 예를 들어 매장이 있는 브랜드일 경우 어디에 어떤 형태의 매장일지 상상속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진행하기도 한다. 짧은 수업의 과정 동안 여러 과정들을 거치다보면 때로는 비주얼 디자인의 디테일한 완성도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신입 디자이너에게는 기획된 브랜드 시스템에 적합한 시각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일이 주어진다. 사실 신입만이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을 업을 하는 경우 오랜 연차가 쌓이더라도 시각화 작업이 주업무가 된다. 브랜드 기획은 실무에서 보통 갓 졸업한 디자이너에게 일반적으로 요구되어지는 업무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현실과 다른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도 있다. 브랜드 기획에 흥미를 느꼈던 학생의 경우 실무에서 기획이 아닌 시각화에 집중된 업무에 맞닥드렸을 때 흥미를 잃고 원하던 업무가 아니라며 실망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수업에서 클라이언트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 또는 문제가 모호할 수 있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하는 여러 정의 중에서 시각적인 문제 해결라고 하는 정의가 있다. 문제나 조건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 좋은 디자인인지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수업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처음에 기획한 브랜드가 무엇인지 하는 콘셉트에 부합하게 디자인되고 있는가를 전 과정 중에 끊임없이 질문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이 프로젝트의 목적과 핵심을 잊지 않도록 도전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실제 자신이 기획한 브랜드가 무엇인가를 되새김질하며 깊이 파고들게끔 하는 것이다. 


셋째, 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실무에서보다 실험적인 시도들이 허용된다는 뜻이다. 또는 권장되어진다. 실제적이진 않아도 진부하지 않은 창의적이고 신선한 디자인적 접근이 실제 적용 가능성이 어떠한지, 경제적인 측면도 고려되었는지보다 높게 평가되어진다. 사실 실무에서도 보통 클라이언트들은 극단적인 디자인을 한번쯤 보고 싶어한다. 결국 선택이 되는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끝까지 가보는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해보고 어느 정도의 디자인이 적정한지 결정하려는 시도는 실무에서도 유효하다.


실무 디자인이라는 것이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목적과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접근이나 방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 개인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한적된 피드백보다는 아이디어나 표현 방식이 다소 비현실적이라 하더라도 과제 프로젝트에 맞다면 권장하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실제 하다보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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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학기에는 '디자인실무프로젝트'라는 수업으로 실제 기업과 학생들을 연결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업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잘 파악하면서도 원하는 스타일에만 맞추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깊은 고민을 통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관점이 들어간 디자인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 사이에서 발란스를 잘 가져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역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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