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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11. 내가 아이히만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남았을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그랜트) &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쿠엔틴 타란티노

처음 이 책을 읽은 것은 2019년이었다.

방송에서 소개되면서 나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비문 아닌가 싶을 정도의) 번역과

괄호가 열리기만 하고 닫히지는 않는 책을 보면서...

도대체 한길사에는 교열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기는 한 것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두 번 읽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난 한 달간 내가 접한 컨텐츠의 70% 이상은

2차 세계대전과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책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고

영화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페르시아어 수업', '쉰들러리스트'를 봤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가장 먼저 읽고 다시 보거나 처음 본 영화들과 책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다른 영화와 책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수많은 아이히만을 만날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행동과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 될 최소한의 행동 중

최악의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어 보였고

최소한의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없어 보였다.


유약했지만 사유하지 않은 아이히만은 최악의 전범 중 하나가 됐고

속물이지만 사유할 줄 알았던 쉰들러는 최소한의 이웃으로 남았다.


그리고 여전히 수많은 질문이 남는다.

아이히만은 정말 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히만을 법의 잣대로 놓고 볼 때, 유죄라고 할 수 있을까? 유죄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은 사형이 맞을까?

일본의 전범, 친일파 그들은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할까? 그들도 아이히만처럼 스스로 무죄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악은 정말 평범하다고 해야 할까?(영화와 책 속의 악은 모두 찌질 해 보이기만 했다.. 악의 찌질함은 너무 없어 보였을까..)

어떤 사유의 과정을 거쳐야 올바른 선택이 가능할까...


이런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심각해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성향이 반영되어)

영화만큼은 타란티노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골랐다.


다시 봐도, 오프닝 시퀀스는 탁월했고

모두가 아는 역사를 이렇게 뒤틀고 흔들 줄 아는 타란티노의 재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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