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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21. '미남과 야수'는 언제 나오려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 셰이프 오브 워터(기예르모 델 토로


추남과 미녀와의 사랑 이야기는 사실 차고 넘친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현실에서도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물론, 나한테 해당되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고...


그래서인지, 단순히 못생긴 정도로는 새롭지 않다고 느껴서일까

야수이거나 크리처 정도는 돼야 새롭다고 느끼나 보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소설과 영화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피터 잭슨과 기예르모 델 토로의 차이점이

킹콩의 여주인공을 나오미 왓츠를 캐스팅한 것과 셰이프 오브 워터의 여주인공을 샐리 케이선을 캐스팅한 것에 비유했는데

일반적으로 젊고 금발의 떠오르는 미녀스타를 캐스팅하는 것이 아닌 것만으로도 영화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 새롭고 좋았다.


그리고 책은 처음에 박민규 작가가 어떤 계기로 이 소설을 쓰게 됐는지에 대해 기현님을 통해 듣고 나서 궁금했는데,

신혼 때 아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 10여 년이 흐른 뒤에야 이 소설로 답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구나 싶기도 하면서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소설을 읽었던 것 같다.


소설 속 주인공이 나라면,

그녀가 아닌 그 아이(a.k.a 군만두)에게 호감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 아름답지 않아도 상관이 없지만,

최소한 내 눈에는 (흔히 말하는 눈에 뭐가 씌었다고 표현한다 한들...)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사람이라고 느낄 정도로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연애를 했던 지난날들을 돌아봐도 소설 속 남자주인공처럼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도대체 얼마나 못생긴 캐릭터로 설정된 던 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만 봐도 난 멀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외모지상주의', '외모도 스펙'이라는 말이 사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고,

타인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내뱉는 사람들을 종종 마주한 적도 있다.


나 또한, 내 외모에 자신이 없고

사춘기 때 그 누구보다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던 누나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쌍꺼풀 수술 이후 달라진 삶을 사는 것을 본 것으로도 외모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 역시 내게는 와닿지 않는다.


다만,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소설 속에서 독일에서 만난 그녀가 나이를 먹으니 다들 비슷해져 가는 것 같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됐을 뿐, 

또한,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경우 역시 많이 경험했다.


연애의 시작이 상대의 외모 때문이었던 적은 있었어도,

상대의 외모가 연애하는 시간 전체를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았으니깐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까지는 할 수 없지만,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니...

그래서 이 소설이 아직도 사람들에겐 새롭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디즈니의 수동적인 공주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변해오는 동안에도

슈렉의 공주가 슈렉과 같은 괴물의 모습으로 변할 수는 있어도

'미남과 야수' 같은 이야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는 것만 봐도... 

남자들은 쉽게 변하지 않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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