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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24.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조지 손더스) & 파벨만스(스티븐 스필버그)


워낙 읽은 책이 많지 않아서, 단편소설 역시 많이 읽어보지 않았다.

아마,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 수록된 단편소설들도 따로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인상 깊게 읽긴 했겠지만 지금처럼 많은 생각을 하며 읽지는 못했을 것 같다.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단편 형식이 이토록 무자비하게 효율적이며, 이야기 안의 모든 것에 목적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배경을 그려주면, 내 나름대로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고

인물을 설명하면, 내 나름대로 인물을 만들어갔을 뿐이다.


제임스 팰런 다음으로 읽은 책이라 그런지, 읽는 내내 왜인지 모르게 따뜻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제임스 팰런이 그러했던 것처럼 글에서 작가가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해서는 독자나 관객은 

작가와 감독이 알려주는 정보 외에는 알 방법이 없고, 각각 나름의 근거를 대며 상상력으로 인물의 빈 부분을 채워 넣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비중이 큰 주인공에 대해 정보가 쏠릴 수밖에 없고, 결국 주인공 위주로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이 살인을 저질러도, 나름의 서사가 부여되는 순간 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작가가 너무 명료하게 정리해 준 부분이 가장 와닿았는데,



그녀를 알게 될수록 너무 가혹하거나 섣부르게 심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내 속에 있는 어떤 본질적인 자비심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신이 우리보다 나은 점은 무한한 정보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때문에 신은 우리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p.255



아마 내가 지금까지 본 소설과 영화 중에서 현실에서 마주했을 때, 애정이 가는 인물은 소설과 영화와는 달랐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단편소설처럼

난 사람도 단면만 보고 빠르게 판단하는 사람일 테니깐...


그나마 조금은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일 텐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 역시 내가 어떤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고, 결국 내가 볼 수 있는 부분(혹은 내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호프의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됐을지도...


사람을 지루하게 만드는 비결은 그들에게 전부를 말해주는 것이다.

p.593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알 방법도 없겠지만 그래서 작가의 맺음말까지 완벽했던 것 같다.


늘 두고 봐야 한다. 모든 게 두고 봐야 한다. 소설은 모든 걸 두고 봐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p.606


사람의 단면만 보고 판단해서도 안 되겠지만, 이면의 모습을 보려는 노력도 안 하는 것 역시 안될 일 아닐까

소설을 어떻게 읽는지를 말해주는 책이었을지 모르지만

사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들려줘서 나에게 와닿아서 더 좋았다.


그리고 파벨만스는 존 포드와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저 그림 보이나?", "뭐가 그려져 있지? 설명해 봐", "지평선은 어디 있지?" "거긴?" "빌어먹을 지평선 어디 있냐고"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꼭대기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어

존 포드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의 카메라 앵글은

가운데 있던 지평선이 (꽤 티 나게 흔들리며) 바닥으로 이동하면서 끝나게 된다.


존 포드 역시 감독이 영화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말해줬을지 모르지만,

스필버그는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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