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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Dec 11. 2023

#27. 사랑, 그 위대하고 하찮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제임스M케인) & 더 랍스터(요르고스



결핍과 결핍이 만나면 절대 떨어질 일이 없어요.

그걸 너무 충족하기 때문에.

더럽고 징그러워요.

근데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이옥섭 감독 comment


더 랍스터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문장이었다.

처음 더 랍스터를 봤을 때는,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 모두 유죄!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라는 시놉시스 하나에 끌려, 극장에 가서 봤고 전혀 내가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에 끌려다니기 바빠하다가 끝난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다시 보니, 이제야 제대로 된 블랙코미디로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코피, 근시 등 각자 가지고 있는 결핍 혹은 약점은 그들에겐 사랑하는 상대를 찾는 기준점이 되기도 한다.


사실, 나에겐 그렇게 와닿지 않는 지점이었다.

나의 결핍과 같은 결핍을 마주한 사람을 만났을 때, 과연 나는 호감을 가질까?

아마, 이옥섭 감독이 해본 더럽고 징그러운 사랑을 내가 하지 못한 탓이 큰 게 아닐까.


나의 결핍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드러나길 원하지 않고,

상대의 결핍을 내가 채워주지 못하면, 그건 결국 나의 결핍, 나의 부족으로 느껴지는 인간이라... 나에겐 다른 세상의 사랑 이야기 같았다.


소설에서 두 주인공은 같은 비밀을 품고 산다.

하지만, 이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아닌 의심이 싹트고, 불신으로 이어져 결국 파멸에 이른다.


이번 회차의 주제에 맞닿게 굳이 해석해 보자면,

같은 결핍, 같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 심지어 그들이 사랑하는 관계일지라도

그것이 둘을 처음에는 강하게 묶어줄 수 있을지 몰라도, 

그 균형이 깨지는 순간, (코피 나는 것이 거짓으로 드러난 순간, 근시가 아닌 눈이 멀어버린 순간)

고작 그 정도로 깨지는 사랑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냐고 되묻는 블랙코미디로 끝이 나버렸다.


나에게 사랑은 결핍, 비밀 따위의 키워드가 중요하진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가 함께 좋아해 주면 물론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

함께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중요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같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사랑이 시작되지는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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