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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을 써볼까

인스타그램보다 브런치에 쓰고 싶다.

by 끄저김

인스타그램은 소위 말하는 '눈팅'용이 된 지 오래다.

그래도 좀 남기고 싶은 사진들이 있으면, '글'이라고 하기도 힘든 '조각난 글'들만 찔끔 남긴 것이 전부였다.

(물론, 이것마저 귀찮아진 지 오래라서... 기껏해야 스토리 정도 가끔 올리는 게 전부다.)


그냥 지인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장문의 글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이상하게 내 지인들로 가득한 이 공간에 딱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좀처럼 들지 않았다.


2022년 9월에 개설한 브런치도 때마침, 글쓰기 모임을 하자는 제안을 받고 시작해서 1년은 쉬지 않고 써보자는 혼자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달 3편의 글을 꾸역꾸역 배설했다.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초반의 글이 훨씬 좋다.


글쓰기 체력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그릇의 깊이가 얕았던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초반에 동이 났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쏟아냈다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쓰고 싶은 글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자의에 의해서는 왓챠피디아에 꾸준히 보고 읽은 영화와 책에 대한 코멘트를 휘갈기고 있고,

내 삶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인 독서모임을 나가기 위해 독후감도 매달 하나씩은 쓰고 있다.(곧 끝날 트레바리 때문에 최근에는 한 달에 글을 두 개 쓰고 있긴 하다.)


이종범 작가님과 하는 트레바리 모임을 다녀오고,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을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민음사 TV 유튜브를 보는데, 최근 알고리즘 덕분에 몇 개의 영상을 보고 알게 된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님이 출연하신 영상이 눈에 띄었다.


유머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여지없이 호감이 생기는데, 유머에 지성이 느껴지면 존경심마저 생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부러운 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글에 대한 재능이 없는 건 나의 비루한 독서양으로도 충분히 깨우칠 수 있었기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생기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늘 글 쓰는 건 수월하다. 내세울 글도 아닌데 어려울게 뭐 있나... 대충 싸지르면 되는 것을...


글을 잘 쓰는 재능은 없으나, 글을 막 쓰는 재능은 있다.

그리고, 조금씩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기 시작했다.


매일 좋은 글을 하나씩 남기고 있는 현철님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스토리 같은 거나 만들어대는 것도 모자라서, 모든 게시글 마저 피드에서 휘발되기 적합한 이딴 인스타그램 따위는 적합한 플랫폼은 아닌 것 같다.


역시 글은 날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주는 플랫폼에 써야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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