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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Jul 31. 2023

화낼 곳이 필요한 사람들

자신만의 정의에 갇히는 삶은 아니기를

“성격이 무던하고 단순한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글에서 정리한 특성들을 보면서

꼭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따로 저장까지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온라인 공간을 볼 때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나와 상관없는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고, 그래서 함께 화를 내고 힘을 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도 물론 많겠지만, 내 눈에는 단순히 화를 낼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적당한 곳을 발견하면 달려드는 모습으로 보일 때가 많게 느껴지는 것 역시 솔직한 마음이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자살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고

그 이후, 주호민 작가의 자녀문제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 이슈는 내가 이전에 브런치에 ‘침착맨’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까지 ‘주호민’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들어온 사람들로 조회수가 오르는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가 됐다.


아마, 서이초 교사의 죽음으로 인해 교권에 대한 관심과 부모들의 도를 넘는 갑질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조성되면서 주호민 작가의 자녀문제는 더 큰 관심을 받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이 상황이 본질에서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본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클릭수 장사에 이용하려는 언론에 더 화가 난다...)


안타까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고

그러니 더 냉정하게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분명히 책임을 지게 만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방안에 몰두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주호민 작가의 자녀문제도 온갖 썰과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열을 낼 것이 아니라

정확한 보도가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왜 다들 화를 내지 못해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난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호민 작가 자녀가 같은 학교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아이를 비난할 수 없어서 그의 부모를 비난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라면, 특수학교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쨌든 이미지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은 주호민 작가였기에 타인의 이해도 조금 더 쉽게 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이슈가 됐고, 이 일을 기사화한 언론 역시 타이밍을 노렸다는 의심을 지우기는 힘들다.


언론은 화 낼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기사를 쓰고

사람들은 화낼 수 있는 기사를 찾는 느낌이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분노는 댓글창에 쏟아낼게 아니라, 제대로 책임질 사람이 책임졌는지 감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게끔 교사의 인권이 바로 서게끔 하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주호민 작가의 자녀문제 역시 같은 생각이다.

주호민 작가로 인해 부당하게 특수교사가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된 것이라면, 주호민 작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현재 이 문제를 바라보는 교직에 계신 분들의 생각 역시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없었을 테니깐…


하지만, 이 기회를 사회적 갈등 및 편 가르기로 끝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수교사의 고충은 그 자리에 서 본 사람만이 알 듯이

자폐와 같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역시 그런 부모만이 아는 현실이 따로 존재할 테니깐…


기껏해야 ‘우영우’ 같은 드라마를 보고 조금이나마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이해가 생겼을 수 있지만,

그 드라마 이후에 자폐아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각 중 하나가 “얘는 뭘 잘해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이해는 한참 부족할 테니깐…


특수교사의 인권도 소중하고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운명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도 존중받아 마땅하니깐

조금은 냉정하게 진행상황을 바라봤으면 한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으로 인한 분노가 아닌

각자 자신이 생각한 ‘정의’에 갇혀서 ‘화’를 낼 곳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은 아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들 알고리즘의 세상에서 빠져나오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유퀴즈에 나온 교수가 확증편향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은

내가 이전에 취향에 관해 쓴 글과 맞닿아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조병영 교수의 이야기처럼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되기 더 쉬운 환경이다.

내가 본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계속 추천하고, 내가 본 기사와 비슷한 기사를 띄운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플랫폼이라면,

클릭수에 매몰되는 구조가 아니라 다양한 시선과 시각을 획득할 기회를 주는데 힘써야 한다는 생각은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생각일까…


주커버그에게도, 머스크에게도, 이해진 회장에게도… 그런 생각을 기대하는 것은 역시 무리인 걸까.


그럼에도 나는 기존 알고리즘에 역행하는 플랫폼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 “이건 어때? 이것도 좋지?”가 아니라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 “이런 것만 좋아하지 말고 저것도 관심 가져봐”라고 말해주는 플랫폼이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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