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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Jun 25. 2023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by 천선란 작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온 서울국제도서전 중 ‘김초엽X천선란 : SF라는 출발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작가님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있냐”는 질문에 대한

천선란 작가의 대답이었다.


이상적인 공동체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무관심했으면 좋겠고, 타인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3일이나 다녀온 프로그램 중 신형철 평론가의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고, 얀 마텔/김중혁 작가와의 대담도 즐거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천선란 작가의 이야기였다.


워낙 평소에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고, 친한 친구들에겐 종종 “정 없다”는 소리도 듣고, 시니컬하다는 말 역시 지겹게 들었다 보니… 저 말이 왠지 모르게 반갑기도 했던 것 같다.


예능에 나온 이서진 배우나, 양재진 박사가 하는 말을 캡처해서 나에게 보내는 지인들이 가끔씩 있었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너무 너 같아”였다.

양재진 박사는 잘 모르지만… 이서진 배우가 나오는 예능은 즐겨보긴 했어서 그가 예능에서 보이는 태도나 말투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긴 했었다. 평소 내가 자주 입에 달고 사는 말을 내뱉거나 내가 하는 행동들이 보였을 땐 특히…


친한 지인들이 내게 섭섭해하는 포인트가 뭔지는 대충은 안다.

다만, 유전자 탓으로 돌리는 것이 너무 비겁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정말 이렇게 타고난 느낌이라…

그나마 이렇게라도 사회화되고, 학습의 과정을 거친 지금의 내가 타인에게 (아직까지는) 최선의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난 타인에 대한 기대가 없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그래서 섭섭할 일도 없고, 서운할 일도 없다.


내가 사람의 이름과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렇구나…라고 느낀 것 역시 어쨌든 자주 찾아오는 손님의 얼굴은 의식적으로 기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한 번 온 손님들까지 이제는 다시 찾아오면 기억할 수 있게 되면서였다.


하지만, 무례한 사람들은 좀처럼 참아주기가 힘들다.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매너가 없는 사람을 마주하면, 나도 내 기분을 숨기지 않는 것 역시 굳이 내가 참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서다.


관심을 가장한 오지랖도 문제라고 생각했고,

최소한의 존중과 매너가 결여된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 컸던 내게

그래서 저 한마디가 꽤 오래 마음에 남았던 것 같다.


정말 모두가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타인에게 친절했으면 좋겠다.”


내 스타일대로 저 말을 굳이 바꿔보자면,

“타인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도 말고, 나의 행위 혹은 마음에 상응하는 보답을 바라지 말고,

단, 무례하지는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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