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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Jun 15. 2023

침착맨

aka 이말년, 이병건, 주호민 소울메이트, 내 이상형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는 나를 소개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해서,

언제부턴가 나를 소개할 때, ‘침착맨’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심지어 트레바리 파트너 소개에도 #침착맨팬 이라고 표시를 했고,

지금까지 모집된 시즌별 멤버 중 #침착맨팬 이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반가워서 신청했다는 분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모두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클럽의 이름은 ‘취향존중’이지만

그럼에도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


그 취향이 그다지 major 취향이 아니라면 더더욱.

(예외적으로 야구를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늘 반갑지만, 한화이글스 팬을 만나면… 복잡한 마음이 들긴 한다.)


사실 이젠 침착맨도 골수팬들이 외치던 ‘나작침’이라고 부를 수 없는 대형 유튜버가 되기도 했지만,

침착맨이라는 사람이 워낙 일반적인 사람은 아니다 보니, 침착맨을 좋아한다고 하면 여전히 반갑다.


이와 비슷한 사람으로는 ‘장항준’ 감독 정도가 아닐까 싶긴 한데,

기본적으로 난 이렇게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헐렁한 사람들이 좋다.


열정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나한테 없는 성향이라 매우 respect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열정과 에너지는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맞다.


그래서, 대충 사는 것 같은데 타고난 능력으로 성취를 얻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큰 편이다.

(물론, 침착맨, 장항준 감독 모두 타고난 능력만큼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저런 능력이 없는 것을 잘 알다 보니,

저런 사람들에 대한 동경을 매우 허술한 방법으로 구현해 내려고 애쓴 적도 있다.


학교를 다닐 때는 공부는 최대한 하지 않은 척하고,

대학에 가서까지 시험시간에 제일 먼저 답을 제출하고 나가고 A+ 학점을 받는 것으로 내 이미지를 저렇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회사에서도 밤을 새워가면서 일을 해놓고도, 대충 아이데이션 했다는 식으로 툭 내놓는 식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미련하기 짝이 없지만, 어쩌겠는가… 저렇게 되고 싶은데 저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란 건 저렇게 짜친 것뿐이니…


드라마와 영화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도 위와 같은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침착맨, 장항준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특유의 느슨함과 헐렁함이 주는 편안함이 좋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자체가 주는 타고난 매력 때문에

좀처럼 미워할 수가 없다.


어떻게 저런 말을 밉지 않게 얘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저렇게 매력 있어 보일까 싶어서 늘 놀랍다.


뭔가 내 삶에 도움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집중해서 들어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흔히 말하는 killing time 토크에 최적화되어 있는 사람이지만

나에겐 healing time 그 자체다.



� 나만 그렇게 생각할리도 없어서 그런지, 빠니보틀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최근에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s://chimhaha.net/best/234943


침착맨에게 입덕하게 된 계기는 이제는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삼국지 영상이었는데

내가 읽은 삼국지를 저렇게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저런 이야기를 대본 하나 없이 정말 동네형이 썰 풀 듯이 술술 풀어내는 것이 놀라웠고

전혀 집중할 마음도 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 영상을 끌 수도 없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놀라웠다.


게다가 이 영상은 만성불면증에 시달리는 내게 최고의 수면제이기도 하다.

https://youtu.be/hnanNlDbsE4

나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게, 베댓으로도 증명되긴 한다.

불면증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잠’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래서 아이유가 한 이야기에 참 많이 공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를 통해 잠드는 해준의 마음도 더 와닿았던 것 같고

(해준 : 우리 일?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당신을 끌어안고 행복하다고 속삭인 일이요?)

해준에 대한 서래의 마음도 아래 대사로 완벽해졌다.

(서래 : 내 잠을 빼주고 싶네요. 건전지처럼.)



인간적인 매력도 넘쳐나는 이 사람이 

‘삼국지’ 영상으로 잠까지 재워주는데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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