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민음사)
한스는 불안에 싸인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다.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라 고른 작품이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한스'라는 한 소년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막상 펼치고 보니 가독성이 좋은 책은 아니었다. 당대 독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도 필요하고, 잊고 살던 청소년기의 고뇌와 자아탐색의 여정을 기억 속에서 더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도파민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뇌를 가진 나로서 <수레바퀴 아래서>는 불꽃이 팡팡 터지는 재미도 없고 물밀듯 밀려오는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도 아니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스쳐 지나가듯 이 세상에 머물었던 한스의 삶을 통해 과거 나의 청소년기의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돌아본다.
신학교에서도 다른 학우들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야망과 인내심으로 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꼭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 걸까? 그것은 한스 자신도 알 수 없었다.
한스는 작은 동네의 우수 모범생이다. 아버지도, 교장선생님도, 친구들도, 동네 사람들도 그런 한스를 자랑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다. 그렇게 한스는 주변의 시선에 얽매여 열심히 공부한다.
세상일은 마냥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에 진학했던 한스는 그만 신경쇠약으로 공부에 뒤쳐지게 되고 학업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한스는 계속해서 방황하고 고뇌한다. 보다못한 아버지의 권유로 한스는 새로 수리공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한스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안정한 자아를 끌어안고 산다.
종이 한 장을 두고 지켜보는 독자 입장에서 한스의 여정을 보니 조마조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리고 약한 한스의 모습에 자연스레 '나' 자신을 투영한다. 한스보다 배는 나이를 먹었음에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방황한다.
내 안에 있는 한스를 바라본다. 살면 살수록 세상은 어렵다. 어렸을 적 아무 걱정 없이 해맑게 지었던 웃음소리가 그립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몰라 답답하다. 사막의 신기루처럼 닿을 듯 닿지 않는다. 운명의 수레 바퀴는 무겁고 벅차다.
아, 이 모든 추억들이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처음부터 공부에 대한 주변의 강압이 없었더라면, 자신의 섬세하고 여린 마음을 잘 돌보았더라면 한스는 자기 자신만의 반짝이는 삶을 살 수 있었을까.
―.
대한민국의 입시와 취준을 적나라하게 겪은 한 사람의 답은 솔직히 부정적이다.
이미 세상의 기준과 잣대가 삶 곳곳에 촘촘한 그물망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로부터 과연 한 개인이 자유로울 수 있는가.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수레바퀴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살고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 수레바퀴를 현명하게 다룰 방법을 고민한다.
―.
이왕 이고지고 갈 수레에 고운 마음들, 웃음 지는 순간들, 희망의 다짐들을 가득 담는다.
한스같은, 나같은 사람들이 강압적인 사회의 잣대에 짓눌리지 않기를, 일상의 소소함을 느끼며 마주하는 사람들과 웃음지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스보다 조금 더 나이먹은 사람으로 한스같은 친구들의 세상살이에 조금은 힘이 되어주는 어른이고 싶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잘 살고 있다고, 괜찮다고, 잘 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따뜻한 어른이기를 바라본다.
나 자신의 하루도 잘 단도리 해본다. 나 자신도 좀 더 챙겨주고 다독여본다. 오늘 하루도 수레바퀴 이고 지고 살아온 나도 당신도 모두 대단한 존재임을 되뇌고 되뇐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원과 관심은
쉽사리
먼 거리를 뛰어넘어
멀리까지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midjourney
인용 출처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민음사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