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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효신 Jan 18. 2023

새해의 마음

아주 오랜만의 글.

꾸준히 기록하는 일은 마음을 많이 내어야 하구나. 

2023년 새해가 조금 지나고 돌아왔다. 


내가 바다에서 일출을 본 적이 있었던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무엇인가가, 어떠한 마음이 변했다.



서서히 세상은 밝아오고 떠오르는 햇빛에 모든 것이 물들어 색이 진해지는 순간, 나는 평온과 안정을 떠올렸다. 


 타지에서 산다는 건 그동안의 習과 관계들이 이리저리 뒤섞인 애매한 혼합물 같은 것이 아닐까?

마치 아주 긴 여행을 떠난 것 같기도, 하지만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붕 떠있는 멜랑꼴리와 같은 삶의 연속이다. 그래서였을까? 삶의 확신을 바래왔던 희망은 오랜 시간 동안 내 불안의 원인이었다. 


어느덧 독일에 온 지 8년째이다. 나는 무언가가 되고 싶어서 여기에 왔다. 전시를 영위하며 부족함이 없는 삶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그토록 원했던 자유로운 삶의 이상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는 그런 삶을 갈구하며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내가 원한 자유에는 전제조건이 너무 많았다. 왜 나는 모든 조건과 상황이 맞아떨어져야지만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혹은 아무런 걱정과 고민 없이 모든 게 갖춰져 있을 때 자유로히 작업을 하고 싶다는 희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마음이었던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내내 미뤄온 셈이다. 나는 다시 그림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기로 했다. 내가 살아있는 그 단 하루를 바라보며 다시 그리는 삶으로 돌아가야지.


이걸 깨닫는데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작년서부터 서서히 평온해지고 있다. 

그동안 어깨에 힘을 가득 주고 계속해서 산을 넘고 넘어 또 넘기만 하다가 우연히 만난 탁 트인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그런 잔잔한 물결 같은 마음이랄까. 


 이제는 평온과 안정의 마음으로 다시 새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무쪼록 모두 행복한 2023년이 되길. 늦었지만, 안부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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