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
어제부터 장마가 시작이란 소식에 오늘도 비가 쏟아질 줄 알았는데 날씨가 너무 좋다. 오후에 시간을 내어 오늘의 글감과 사진을 찍으러 강변도로로 나갔다. 어제 쏟아진 폭우로 인해 낙동강은 불어나 있었고, 강물의 색상은 혼탁한 황토색이었다. 그 많던 백로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던 건 어쩜 이같은 이유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다른 사진을 건지지 못하고 위에 자전거 도로로 올라와 주차한 곳으로 가는데, 비둘기로 보이는 두 녀석에 정자위에 나란히 균형을 이룬 채 앉아서 강건너 불구경 하듯 멍때리고 있다.
늘 무언가 해야 한다는 나의 마음이 멈칫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풍경과 마음을 담아서 적어본다.
#균형[ㄱㅎ]
어제의 바람 잠시 그친 기후
두녀석 나란히 쉼 택한 기회
세상 한가운데 홀로 듯 공허
그순간 우리 배워야 할 감회
잠시 쉬는것도 삶의 큰 경험
달려가기 전 숨 고르는 겸허
쉼없이 달리는 삶 그건 괜히
지금 우리가 꼭 필요한 균형
어제의 거센 바람은 이제 잦아들고, 오늘은 여름빛이 가득한 맑은 기후 속이다. 그 속에서 두 마리 새는 마주보진 않지만 나란히 선 채, 잠시 멈춰 앉아 조용한 기회를 누리고 있다. 불어난 강물 아래 작디작은 그들의 존재는 마치 세상 한가운데에 홀로 선 듯한 묘한 공허를 자아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모든 것이 잠시 멈춘 그 순간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감회를 느낀다.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 잠시 쉬는 것도 삶에 있어 소중한 경험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대신, 때로는 한걸음 물러나 마음을 가라앉히는 겸허가 필요하다. 무엇을 하든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은 실은 우리 자신이 만든 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쉼 없이 달리는 삶은 어쩌면 괜히 고단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새들처럼 가만히 머무는 용기와 균형 잡힌 하루하루가 가장 필요한 균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