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도 강렬한 수명의 흐름을 온몸으로 따라간다.
비 그친 틈 잎에 반짝 수중
바람 스미는 틈새마다 수면
뜨겁게 타오르기 위한 수단
절정에 닿기까지 견딘 수고
색따라 흘러가는 짧은 수명
물기 머금고 피어나는 수확
빛나는 순간도 이별을 수긍
남은건 찬란히 피어난 수국
장마가 잠시 멈춘 틈, 수국의 넓고 짙은 잎 위로 빗방울이 또렷이 맺혀 수중에 반짝인다. 그 빗물 사이로 스며드는 여린 바람은 조용히 식물의 숨결을 건드리고, 깊은 수면 아래서 꿈틀대는 생명의 기척처럼 느껴진다. 고요한 틈새에서 수국은 붉게 타오르기 위한 오랜 준비를 시작한다. 아름다움 뒤에는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수고가 있으며, 햇살과 물, 흙과 바람이 함께한 수많은 수단이 있었다. 수국은 계절에 따라 색을 달리하며, 짧고도 강렬한 수명의 흐름을 온몸으로 따라간다.
장마가 끝나갈 즈음, 수국은 물기를 머금은 채 더욱 또렷하고 단단하게 피어난다. 자연이 보내는 가장 빛나는 수확이자, 수국이 삶의 절정을 맞이한 순간이다. 모든 절정은 이별을 품고 있기에, 수국은 이 눈부심의 끝에서 언젠가 맞이할 시듦조차 조용히 수긍하는 듯하다. 모든 시간을 품고, 비와 햇살과 기다림을 오롯이 안은 채 마침내 피어난 것은, 단 하나의 아름다움, 바로 수국이다.